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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차 입고] 뚜껑 7호

(해외배송 가능상품) 품절


뚜껑
vol.7

무의식이 열리는 곳 - 뚜껑

뚜껑은 무의식, 환상, 금기, 자아 등 세상의 함부로 말할 수 없는 모든 것을 다루는 흑백잡지입니다. 다수 혹은 권력의 생각만을 정상적인 것이라고 치부하는 규격화된 사회에서 조금 다른 생각을 하고, 조금 다른 상상을 하고, 다른 것을 보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7호 정보

7호의 인터뷰이는 무나씨입니다. 이번 호에서는 무나씨 작품에서 느껴지는 '관계' 에 대한 이야기를 다루었습니다.

7호 엿보기

사람이 왜 부담스러우셨어요?
사람에 대한 부담감은 가족 때문이라기보다는 관계 때문일 수도 있고, 연인 때문일 수도 있어요. 너무 옛날 얘기라서 기억하려면 지금 시간이 걸려요. (무나씨는 사색 중) 그런 생각을 한 적이 있어요. 나는 아무한테도 해를 끼치기 싫은데, 어떤 때는 가만히 있는 것조차 폐를 끼치는 것 같은 거예요. 설명하려면 구체적 예를 들어야하는데 그거는 잊어버렸고요. 그냥 가까운 사람들한테... 그런 생각을 했어요. 나는 가만히만 있어도 사람들한테 해를 끼친다는 생각이 들었고. 그때 그런 생각도 했어요. 지금 기억이 나는데... 존재감이 없어졌으면 싶은 거예요. 설명하기는 힘드네요. 왜 사람들한테 미안하게 하기는 싫고, 뭔가 잘못하기도 싫으니까. 그런 생각을 많이 한 것 같아요. 예를 못 들어서 답답하고 죄송하네요. 「없었던 것처럼 있고 싶다」 그 작품이 이런 감정 때문에 그렸어요. 존재감 없고 싶고, 보이지 않는 사람처럼 있고 싶고. 그런데 지금은 그런 생각을 별로 안 해요.

- 모르겠어요 그런 무나씨 中, 「인터뷰 뚜껑」

다른 사람으로부터 사랑 받을 수 없다는 건 그 사람이 날 사랑하지 않는다는 게 아니라, 그가 나를 사랑한다는 사실을 받아들이지 못한다는 뜻이죠. 불신하게 됩니다. 그러니 남이 날 사랑한다는 사실이 내게 오지 않아요.

- 이해는 오해의 전부에 지나지 않는다 中, 은수, 「이너트립 - 내가내게」

지금은 교회에 나가지 않은 지 4년이 넘었지만 대학교 1학년 때 나는 열렬한 신자였다. 내가 다닌 교회는 개척교회보다는 크고, 대형교회보다는 작은 규모의 교회였다. 이곳은 특이하게도 성경학교에서 방언하는 법을 '기술적으로' 가르쳤다.
관계, 관련성을 이야기하려고 보니 먼저 떠오르는 것이 1학년 때 여름성경학교에서 배운 방언하는 법이었다. 방언이라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렇게 생각할 거다.
'에이, 거짓말!'
그래서 차라리 편한 마음으로 이야기할 수 있겠다. 지금부터 하는 이야기는 그동안 뚜껑을 읽어온 독자라면 '뚜껑 편집인이 또 이상한 이야기를 하는구나', 하고 생각하면서 읽을 것 같다. 비과학적인 이야기를 과학적으로 풀어내려고 했으니 역시 비과학적이다. 당신도 '에이, 거짓말', 하고 생각하며 읽으면 좋겠다.

- 관련되어 있다 中, 김재아, 「무의식의 초대」

모가 새파랗게 자라난 논을 바라보며 논둑길을 걸었다. 논둑길 저편에서 한 사내가 걸어오고 있었다. 사내는 검은색으로 장정된 두꺼운 책을 들고 있었다. 하얀 셔츠에 흰 바지는 이곳의 풍경과 어울리지 않았다. 그녀는 자신을 지나치려는 그를 불러 세웠다. 사내의 얼굴은 창백했다. 그리고 눈은 날카로웠다. 푸르스름한 입술 언저리에는 작은 물방울이 맺혀 있었다. 그녀는 사내에게 약국이 있는 곳으로 가려면 어느 방향으로 가야 하냐고 물었다. 사내는 대답하지 않고 그녀를 바라보기만 했다. 그는 책을 펼쳤다. 책 속에는 검은 글씨들이 빽빽했다. 사내는 중얼거렸다. 파란정맥을절단하니새빨간동맥. 그녀도 사내의 시선을 따라 책 속의 글을 읽으려 애썼다. 하지만 아무것도 읽어낼 수가 없었다. 사내에게서는 부피감이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바람에 흔들리는 풀처럼 가벼워 보였다. 그녀는 조바심이 나서 그에게 물었다. 약국은 어디에 있죠? 사내는 계속 입을 다물고 서 있었다. 개망초 꽃이 그의 바지 밑단을 스치며 흔들렸다. 순간 사내의 몸이 그녀 위로 쓰러졌다. 그녀도 덩달아 뒤로 나동그라졌다. 하늘이 덮쳐오는 느낌이었다. 논바닥에 처박힌 그녀는 질퍽거리는 진흙을 손으로 디디고 억지로 몸을 일으켰다. 때 이른 매미 소리만 멀리서 들려올 뿐 그곳에는 아무도 없었다.

- 사탕 中, 이파,「 미니픽션」 (기울임체는 이상의 시, 가구의 추위의 한 구절)

그들은 집주인 대 집주인으로 만났다. 그의 커다란 방에서 처음 만나 이야기를 나누었다. 한 시간 후 그와 i의 눈빛이 변했고 그는 자신도 모르게 i에게 방을 구경시켜 주었다. 그리고 i에게도 1000개의 방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알 수 없는 두려움이 일었다. 하지만 두려움보다 다른 감정이 더 컸기에 용기를 낼 수 있었다.
그들은 하루에 한 개 혹은 두 개씩 닫힌 방문을 둘러보았다. 타인이 만든 방에 들어가는 일은 그에겐 처음 있는 일이었다. 폐쇄된 방을 포함해서 자신의 방을 하나씩 구경시켜준 것도 처음이었다. i와 함께라면 거미줄이 쳐진 방문을 여는 일도, 무너져 가는 방문을 여는 일도 두렵지 않았다.

- 천 개의 방 中, 김재아

알람이 울릴 때까지 10분. 어제 찾아간 병원 의사는 마음을 편하게 갖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는 하나마나한 소리를 10분 남짓 지껄이며 두통약을 처방하고는 내 지갑에서 진료비를 빼내갔다. 10분 만에 내가 누군가의 지갑에서 돈을 빼낼 수는 없겠지만 자판기 커피한잔 쯤은 마시고 돌아올 수 있을 것이다. 화장실에서 손을 씻고 화장을 고치고 돌아올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10분이면 보고서 몇 줄 쓸 수도 없는... 아니, 감은 눈에 힘을 준다, 보고서 생각은 하지 않을 것이다, 10분이면 계란 하나 삶을 수 없는 시간이다. 감은 머리를 말릴 수 없을 뿐만 아니라 햇볕이 내리쬔다 해도 손수건 한 장 제대로 말릴 수도 없는 시간이다.
그런데 10분이면... 누군가는 시 한 편을 만들어낼 것이고 또 누군가는 노래 한 곡을 만들어낼 것이고 또 다른 누군가는 섹스를 즐기며 뱃속에 어린아이 하나를 만들어낼 것이다. 또 10분이면... 어쩌면 나는... 뭔가를 만들어낼 수는 없겠지만... 두통 따위와는 거리가 먼 여자가 되어있을지도 모른다. 두통을 호소하는 누군가에게 환히 웃으며 마음을 편히 갖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말할지도 모른다.

- 10분 中, 고세이, 「 미니픽션」

그저 아는 사이인 h가 꿈에 무척 자주 나온다. 요즘 내 꿈속에서 주인공을 꼽으라면 단연 h다. (중략) 때는 지금부터 100년 후다. 정확히는 모르겠지만 거실 달력은 21**년도를 가리킨다. 우리는 원당종마목장 같은 푸른 언덕에 좀 우습지만 그림처럼 작고 예쁜 오두막에서 살아간다. 가까운 곳에 제주 우도의 서빈백사 같은 푸른 바다와 바다를 마주하는 웅장한 절벽이 있는 곳이다.

- 다른 곳에서 만나요 中, 김재아, 「꿈함부로말할수없는 모든 것」

목차
인터뷰뚜껑 「모르겠어요 그런 무나씨」
미니픽션 「사랑」 – 이파
무의식의 초대 「관련 되어 있다」 - 김재아
시 「쉽게 지워진 공간」 - 강신우
「천 개의 방」 - 김재아
내 머리 해부도 의식 무의식 – ㅁㅅㅈ, Carrie.M.joo
미니픽션 「10분」 - 고세이
환상백과사전 – 조세핀
이너트립 - 내가 내게 「이해는 오해의 전부에 지나지 않는다」 - 은수
꿈, 함부로 말할 수 없는 모든 것 「다른 곳에서 만나요」 – 김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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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차 입고] 뚜껑 7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