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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호

두드림
잔상(殘像/after-image/Nachbild/image rémanente). 이는 어떤 이미지가 사라진 이후에도 잔존하는 이미지를 일컫는 광학 용어다. 그런데 어떤 이미지 이후에는 과연 그 이미지의 잔여로서의 이미지만 있을 뿐인가? 이후에 있는 것은 남은 것을 초과한다. 이미지 이후에야 비로소 다가오는 것들도 있다. 이렇게 말할 수도 있겠다. 우리는 이미지들에 둘러싸여 있는 것 이상으로 이미지 이후에 남은 것, 드러나는 것, 다가오는 것 들에 사로잡혀 살고 있다고 말이다. 이미지 이후란 사유의 시간, 창조의 시간, 비평의 시간이 개시되는 순간이기도 하다.

이번 호 특집을 위해 총 네 분의 예술가들을 자리에 모셨다. 어떠한 이미지들과 조우한 이후, 그들에게 개시된 사유와 창조와 비평의 시간을 엿보고 싶었다. 소설가이자 시인인 김태용은 사뮈엘 베케트의 단편영화 <영화 Film>(1965)가 그에게 불러일으킨 일련의 사유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지는 「화해불가: Fiction For Film」을 보내주었다. 부제가 가리키는 대로, 이것은 베케트의 영화를 위한 픽션인 동시에 영화라는 매체 자체에 대한 픽션이기도 하다. 결국 실현되지 못한 채 구상으로만 존재했던 어떤 영화의 ‘흔적’, 그리고 우연히 얻은 여러 삶의 잔상들로 이루어진 임철민의 <프리즈마>는 올해 나온 가장 대담한 한국영화 가운데 한 편일 것이다. 일종의 구체음악과도 같은 이 영화에 대해, 즉흥음악가 홍철기가 임철민 감독을 직접 만나 인터뷰한 기록을 실었다. 이이체 시인의 「활자의 전이: 잔상 이후의 이미지로서의 시/매체」는, 문자의 탄생 이후 전통적으로 종이 매체에 의존해 왔던 시(詩)가 오늘날 다종다양한 시각매체와 만나고 충돌하는 광경에 대한 사색을 담고 있다.

통권 10호를 맞아 조금 두툼해졌던 『인문예술잡지 F』를 이번 호엔 다시 단출하게 꾸려 보았다. 동시대의 담론을 이끌겠다는 식의 거창한 야심 없이, 비평가와 예술가들이 자유로이 실험적 사유를 펼칠 수 있는 조촐한 장(場)을 마련해 보려 했던 창간 당시의 마음가짐으로 돌아가 보고 싶었다. 거대 서점의 서가에 버젓이 한 자리를 차지할 만큼의 권위를 갖기 위해 노력하기보다는, 어떤 작은 책방의 구석에서 우연히 뽑아 들었다가 낯설고 신기한 기분에 한동안 서서 읽게 되는 그런 잡지가 되었으면 좋겠다. 그와 조우한 이들에게 사유의 시간, 창조의 시간, 비평의 시간을 개시하는 어떤 희미한 이미지처럼. (유운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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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함: 잔상 After-Image

화해불가: Fiction For Film (김태용)
꿈처럼 흐르는 ‘프리즈마’― <프리즈마>(2013)의 임철민 감독 인터뷰 (홍철기)
활자의 전이: 잔상 이후의 이미지로서의 시/매체 (이이체)

돌아봄

볼 수 있는 것과 볼 수 없는 것― 변재규의 <사진 측량> (방혜진)
연극이 기억해줄 수 있는 것― <언젠가> (김해주)

말세움

더글라시즘의 몇 가지 모티브에 관하여― 킴킴갤러리와 그의 친구들 (이상길)
[칼럼] 흐름을 넘어선 영화비평 (크리스 후지와라) [원문보기]
[연재] 뤼미에르 은하의 가장자리에서 Part.2
― 고유명으로서의 이미지와 아트갤러리로서의 영화관(中) (유운성)
[Bookend] 독일지식인들은 왜 그렇게 나쁜 문체로 글을 쓰는가 (발터 벤야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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