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밝은 그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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밝은 그늘
Bright Shadow
사진 손승현


책소개

국내 비전향 장기수부터 시작하여 북미 원주민 그리고 최근에는 코리아 디아스포라라는 이름으로 동북 아시아에 흩어져 살고 있는 '유목민 한국인'들에 집중해 왔던 손승현이 사진책 출판사 사월의눈에서 사진책을 선보인다. A4 판형에 가까운 이 사진책에는 사진가 손승현이 2003년도부터 2012년도까지 북미, 캐나다 그리고 몽골에서 찍은 사진 57장이 수록되어 있다.

손승현은 이미 두 권의 책을 낸 바 있다. 그는 <원은 부서지지 않는다>(아지북스, 2007)와 <제 4세계와의 조우>(지오북, 2012)를 통해 북미 원주민의 과거와 현재를 기록했다. 인류학적 성찰이 돋보이는 이 두 권의 사진에세이집에서 그의 사진은 글을 동반할 수밖에 없었던 매체였다. 북미 인디언의 삶에 온몸으로 들어가 그들의 과거와 현재를 체험하고 이 과정을 책으로 번안한 손승현의 사진 세계에서 그의 노동은 '사진적' 프레임에 의해 재단될 수밖에 없었고, 역으로 글은 그 프레임 바깥의 '사진적 노동'을 이끌어 내는 기능을 도맡았다. 북미 인디언들의 어두운 과거사와 달리 손승현이 담아낸 북미 원주민들의 '현재'는 원초적 힘과 '미래를 향한' 염원으로 생기 넘치는 현재 진행형의 문명사가 되었다.

그런 그가 사진이 중심이 되는 책을 펴냈다. 아트지에 인쇄된 총 31장의 컬러 사진들은 몽골과 북미 원주민들의 현재를 기록하고 전달한다. 나머지 36장의 흑백 사진들은 컬러 사진들 사이사이를 비집고 들어선다. 그곳은 컬러 사진이 드러내는 '현재'에 대한 조형적이면서 동시에 담론적 차원의 질문이기도 하다.

한때 사회주의 국가였던 몽골은 현재 산업화와 근대화의 과정을 겪고 있고, 그것은 곧 자본주의로의 한걸음이기도 하다. 대부분의 사진가들과 매체가 몽골의 낭만적 초원에 집중할 때, 손승현은 몽골의 수도 울란바타르를 동시에 조명함으로써 사진적 대위법을 실천했다. 이 대위법의 사진들은 어떤 메세지를 전달할 것인가. 사진가 손승현은 궁극에 이 사진들을 통해 북미 원주민들과 몽골인들의 어떤 희망을 이야기하고자 했다. 하지만 해석의 몫은 다시금 독자에게 돌아간다.

한껏 치장했기에 오히려 더 이질적이고 낯선 몽골 도시민들, 북미 우라늄 광산 지역에 살며 병을 시달리는 북미 원주민, 온종일 건초더미를 팔고 있는 또다른 북미 원주민, 몽골 고비 지역에서 보건소를 운영하는 몽골인들 ……. 몽골은 광산 개발로 몸살을 앓고 있지만 한편에서 그것은 자본을 가져다 준다. 북미 원주민들이 걸었던 과거의 그림자가 몽골인들에게도 드리워져 있다면 그것은 지나친 확대 해석일까.

손승현의 <밝은 그늘>이 던지는 답이란 어디에도 없다. 기계비평가 이영준, 안무비평가 김남수 그리고 사진가 손승현의 대담이 그 형식 자체로서 그대로 전달하듯 중구난방의 흥미진진한 대담은 그 어느 지점에서도 사진에 대한 해석을 내리지 않고 있다. 단 두 가지의 사실만은 이야기하고 있다. 손승현의 <밝은 그늘>이 수없이 많은 질문들을 던지고 있다는 사실을. 그리고 그 어느 누구도 그에 대한 해답 또한 던져 주지 못하고 있다는 또다른 사실을.

<밝은 그늘>에는 디자인 저술가이자 사월의눈을 운영하는 전가경의 글과, 기계비평가 안무비평가 김남수 그리고 사진가 손승현의 대담이 실려 있다.

책 속으로

이영준 사진에는 화학반응곡선이 있다. 그런데 30분이 지나면 커브가 변하면서 색이 왜곡된다고 한다. 다시 말해, 상반칙불궤가 일어나면 예측 불가능한 이상한 빛이 되는 거다.
손승현 선생님 말씀대로 빛이 쌓이는 것이다. 그래서 앗제의 사진을 보면 말할 수 없는 아우라 덩어리다.
이영준 그러니까 신비스러운 게 아니고 물리적인 현상이다.
손승현 앗제의 사진은 거의 의뢰받아서 찍은 것들이다.
이영준 동양화에서도 적묵벅이라는 게 있다. 먹을 덧칠하다보면 시커메지는데 잘못하면 탁해진다. 그런데 대가들의 그림을 봐라. 겸재가「인왕제색도仁王霽色圖」그릴 때 보면 바위가 시커멓고 무거운 게 있는데 적묵법이다. 그럼 정말 무거워진다. 사진도 빛이 쌓이면서 무거워진 거다.
손승현 사진사를 보면 재미있는 게 워커 에반스 같은 사람은 필름으로 찍어도 정신적인 부분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했다. 마이너 화이트도 그렇고.
김남수 거꾸로 심령사진 같은 것은 유물론적이다. 신학적인 것 아니다. 이것은 이상한 역설이다. 우리는 심령을 찍었다고 생각한다. 그런 식으로 100퍼센트 유물론이라고 주장할 때 그것은 오히려 신학적이거나 영적인 뉘앙스 자체가 제거되어버린다. 디지털카메라가 담을 수 없는 것이 있다. 공백 또는 그런 간극 혹은 균열이, 뭐랄까, 테크놀로지가 가지고 있는 부수효과.
‟이항대립을 넘어, <밝은 그늘>”중. p. 84.

저자소개

사진/대담 손승현
1971년 생이며 중앙대학교 사진학과와 동대학원에서 예술사진을 공부했다. 미국 럿거스 대학교에서 시각예술로 석사학위를 받았고, 한양대학교 문화인류학과 사회인류학 박사과정을 수료했다. 한국인을 비롯한 몽골리안의 역사, 사회, 경제에 관한이야기를 시각예술작업으로 진행하고 있으며 북미 원주민 공동체에 깊숙이 들어가 이들의 과거와 현재에 대한 여정을 함께 하고 있다. 해마다 몽골과 북미 여러 곳을 여행하며 주된 작업인 사진작업과 글쓰기를 통하여 폭넓은 이야기와 현실 문제에 대한 문명비판도 병행하고 있다. 2002 광주 비엔날레를 비롯해 뉴욕, 이탈리아, 독일, 몽골 등지에서 60여 차례 전시에 참여했고 국내외의 여러 출판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지은 책으로 미국 원주민의 이야기인 <원은 부서지지 않는다>(아지북스, 2007)와 <제4세계와의 조우>(지오북, 2012), 그리고 공역서로 원주민 구전문학인 <빛을 보다>(문학과지성사, 2012)가 있다. 미국 인류학회 AAA 회원이고 뉴욕을 기반으로 하는 초상사진가 그룹 누토피아 포럼의 멤버이다. 현재 대학에서 사진과 디자인, 그리고 북미의 문화와 지리, 그리고 도시에 대한 강의를 하고 있다.

234x320 mm
100페이지
양장제본

밝은 그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