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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시: 황인찬, 김병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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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시: 황인찬, 김병조
황인찬, 김병조

시인 황인찬과 디자이너 김병조는 타이포그래피와 시가 만난다는 기획에 의구심을 가졌다. 타이포그래피와 시는 이미 밀접한 관계에 놓여 있기 때문이다. 그들은 각자의 양식이 가지는 여러 조건을 점검하며 작품을 변용하고 재구성함으로써 그것을 개악시키고자 했다. 그리하여 맥락을 잃어버린 작품의 파편들을 다시 조합하며 시가 아니라 시 비슷한 것, 책이 아니라 책 비슷한 것을 만들려고 했다. 그것은 두 양식의 결합으로 새로운 것을 창출해내는 방식이 아니라, 이미 결합된 양식들의 틈을 살짝 벌려보는 일이었다.

[기획자의 말]

『16시』는 시인과 타이포그래퍼가 한 짝꿍을 이뤄 만드는 작품집이다. 『16시』는 제한된 16쪽의 평면을 시인과 타이포그래퍼에게 제공하고, 짝꿍은 이 공간을 채운다. 그 채움의 형식은 협업이 될 수도, 대결이 될 수도 있다. 그것은 온전히 짝꿍의 몫이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이 작업이 짝꿍의 긴밀한 관계 속에서 이루어져야 한다는 점이다. 과거에 시와 타이포그래피가 한몸이었던 적이 있었다. 『16시』는 과거를 굳이 발판 삼지 않고, 시간이 흐르며 나뉜 둘을 다시 합쳐보는 작은 놀이이자 실험이다. 『16시』의 놀이와 실험은 어떤 시곗바늘도 16을 가리키지 않는 세계에서 펼쳐진다.

『16시』는 시인과 타이포그래퍼가 지속적으로 가지고 놀 수 있는 작은 플랫폼이 되고자 한다. 그 플랫폼의 공통 조건은 다음과 같다. 이 조건에 동의하는 시인과 타이포그래퍼에게 『16시』는 문을 열어두고 있을 것이다. 많은 시인과 타이포그래퍼가 ‘『16시』의 친구’가 되기를 희망한다. 
● 작업물의 쪽수는 16쪽이다.
● 작업물의 판형은 170×240㎜이다.
● 작업물의 종이는 짝꿍이 선택할 수 있다.
● 작업물의 색도는 1-5도로 한다.
● 작업물은 실을 이용해 제본하며 실의 색은 짝꿍이 선택할 수 있다.
● 작업물과 짝꿍의 정보로 이루어진 재킷이 16쪽 작업물을 감싼다. 재킷은 작업물의 판형보다 약간 높이가 낮아 재킷과 작업물 사이에 틈을 만들며, 독자는 그 틈으로 재킷을 펼친 뒤에 일어날 소란을 엿본다.

170x240mm
16쪽 실제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