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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크로 타이포그래피
요스트 호훌리 지음
김형진 옮김

전 세계 7개 국어로 발간된 타이포그래피 기본서
이 책 『마이크로 타이포그래피』는 제목에서 드러나듯 타이포그래피의 세밀한 영역을 다룬다. 글자와 글자 사이, 낱말과 낱말 사이, 글줄과 글줄 사이 등, 하나의 글이 최선의 가독성과 판독성을 갖추기 위해 세부 영역에서 지켜야 할(혹은 염두에 둬야 할) 사항에 초점을 맞춘다. 그만큼 이 책에서 다루는 요소들은, 설사 이와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는 전문가라 할지라도 간과하기 쉬운 부분이다. 기본에 해당하는 요소일뿐더러 “흔히 ‘창조적’이라 여겨지는 영역 밖에” 있기 때문이다. 물론 글자와 글자 사이 공간에서 창조적인 무언가를 만들어내기란 여간 어려운 것이 아니다. “이번에 네가 조판한 글자사이 공간은 정말 창조적이야”라는 반응을, 반어법이 아니고서야 우리는 기대하기 어렵다. 저자인 요스트 호훌리도 굳이 이것이 창조적일 필요는 없다고 말한다.
“이런 형식적 문제들은 개인의 미적 자유나 취향과 연관된 ‘미학적’ 사안보다는 글을 최적의 상태로 인지할 수 있게 해주는 시각적 요소들을 주로 다룬다. 이는 많은 양의 글을 다뤄야 하는 모든 타이포그래피 작업의 목적이기도 하다. 바꿔 말하자면 형식적 요소에 대한 관심이란 곧 가독성과 판독성에 대한 고민에 다름 아니라는 뜻이다. 때문에 마이크로 타이포그래피에서 형식적 요소들은 개인적 선호와 아무런 상관이 없다.”(7쪽)
글은 읽기 편해야 한다는, 즉 가독성이 좋아야 한다는 대명제에 이의를 달 사람은 별로 없을 것이다. 그렇다면 가독성이 얼마나 좋아야 하나. 혹은 좋아질 수 있는가. 미리 말하지만 이 책이 제시하는 기준은 무척 높다. 그러나 호훌리는 하나의 규준을 강요하기보다 시간의 흐름을 견디고 인정받은 일반 원리와, 경험에서 우러나온 비결을 섞어 들려준다. 예컨대 “글자를 서로 붙게 만드느니 차라리 글자 사이에 작은 ‘구멍’들이 생기게 놔두는 편이 낫다”고 쏘아붙인 후, “그렇지만 역시 이런 원칙에도 예외는 있기 마련”이라고 말하며 곧바로 그 예외를 보여준다. 본문 중 대문자로 표기되는 약어가 나올 때는 “대문자의 크기를 반 포인트 혹은 1포인트 줄여 사용”하면 좋다고 경험적인 조언을 하거나 일반적인 문장부호 용법과 달리 “자주 쓰이는 인용 문구를 작은따옴표로, 그보다 적게 사용되는 인용 속 인용구를 큰따옴표로 표시하는 게 더 나아 보일 수 있다”고 제안하는 부분에서도 “마이크로 타이포그래피가 제기하는 많은 문제들은 저마다 다른 해결책을 가질 수 있다”는 저자의 생각이 드러난다. 요스트 호훌리에게 절대적인 기준이 있다면, 그것은 “상식과 함께 반복된 경험으로 훈련된 눈”뿐일 것이다. 풍부한 역사적 식견과 이를 뒷받침하는 오랜 경험, 그리고 균형 잡힌 서술. 이것이야말로 이 책이 20년 넘게 독자들에게 사랑받고 점차 내용이 보강되며 전 세계 여러 언어로 출간된 까닭이다.

정교한 언어와 이미지로 서술된 타이포그래피 잠언집
흔히 수학자들은 정교한 수학 공식을 가리켜 “아름답다”고 표현한다. 요스트 호훌리가 쓴 이 얇은 책자에서도 비슷한 느낌이 묻어난다. “글자들은 서서히 자라났다.” “빛은 위와 아래에서 글자들의 내부 공간과 그들 사이의 공간으로 흘러들어 간다.” “낱말사이 공간에 적용되는 규칙은 이렇게 요약할 수 있다. 필요한 만큼 최대로, 가능한 만큼 최소로.” 곳곳에서 문장들은 수십 년에 걸쳐 축적되어온, 좋은 타이포그래피에 대한 호훌리의 함축된 생각을 드러낸다. 해당 주제에 대해 꼭 할 말만 하는 그의 글쓰기는 일체의 군더더기를 허용하지 않는다. 심지어 우리가 더 알고 싶은 부분에 대해서도 그는 엄격하다. 예를 들면 여백에 관한 것. “하지만 이 책에서는 여백에 대해 다루지 않는다. 이것만 따로 떼어 놓는다는 게 말이 안 되긴 하지만 여백이나 페이지 안에서 인쇄된 면의 위치 등은 우리의 주제를 벗어나기 때문이다. 이 책은 마이크로 타이포그래피에 대한 것이니까.”
책에 실린 도판에서도 우리는 정교한 타이포그래퍼로서 호훌리의 면모를 찾아볼 수 있다. 도판이라고는 했지만, 대부분 여러 글꼴을 사용해 그가 직접 조판한 이 사례들은 그가 얼마나 예민한 눈을 가진 사람인지 보여준다. 좀 과장해서 말하자면, 현미경으로 살펴봐야 차이가 드러나는, ‘마이크로’한 사례도 심심치 않게 등장한다. 이쯤에서 우리는 한 가지 질문을 던질 수 있을 것이다. 이렇게 거의 눈에 띄지 않을 만큼 미세한 타이포그래피 차이가, 과연 우리의 독서 경험에 얼마만큼의 차이를 만들어낼 수 있을까. 최첨단 문서 조판 프로그램을 사용하는 요즘 이렇게까지 세밀한 글자 조정이 정말 필요한 것일까? 그 모두를 긍정한다고 해도, 클라이언트의 독촉에 시달리면서 이 책에 적힌 내용을 온전히 수행할 수 있는 그래픽 디자이너가 과연 몇이나 될까.
그런 면에서 책을 옮긴 김형진이 제안한 또 다른 『마이크로 타이포그래피』 독서 방식은 흥미롭다. 역자 후기는 이 책을 무조건 타이포그래피 교본으로서 바라볼 필요가 없음을, 요스트 호훌리의 미적 태도가 반영된 하나의 제안으로 받아들일 수도 있음을 시사한다.
“물론 이 제안은 무척이나 무게 있고 설득력 있기 때문에 우리는 이것들을 개인적 취향이 아닌 보편적 원칙으로 읽고 싶은 유혹에 빠질 수도 있다. 하지만 일단 이 유혹을 물리치고 나면 우리는 이 책을 보다 편한 마음으로 읽을 수 있게 된다. 마음에 드는 것은 취하고, 그렇지 않은 것은 무시하면서 말이다. 더 나아가 우리는 좋은 타이포그래피란 가독성을 위한 것이라는 빈약한 답변에 보다 그럴듯하고 뿌듯한 답을 준비할 수 있게 된다. 좋은 타이포그래피란 아름다운 것으로 이미 충분할 수 있다는 답 말이다.”(77쪽)
“좋은 타이포그래피의 최종적인 목적은 가독성이 아닌 아름다움이라고 믿는” 그래픽 디자이너가 이 책을 옮겼다는 것이 다소 아이러니하기는 하지만, 이는 어쩌면 호훌리가 궁극적으로 말하고 있는 바와 다르지 않을지 모른다. 타이포그래피를 대하는 호훌리의 태도는 최고의 눈과 성실성으로 작품을 완성해가는 장인의 그것과 다르지 않기 때문이다. 그 작품은 정교하고, 그로 인해 더욱 아름다우며, 쉽게 드러나지 않는 가치를 지니는 것이 아닐지. 그것이야말로 최소한의 가독성에 만족하며(종종 최악의 가독성을 감수하며) 매일 엄청난 양의 텍스트를 생산해내는 요즘 빛을 발하는 덕목은 아닌지 반문하게 된다. 늘 곁에 두고 찾아보는 실용서로 대하든, 타이포그래피를 새로운 눈으로 바라보게 해주는 하나의 제안으로 대하든, 이 책은 타이포그래피를 배우고 익히는 모든 이들에게 필독서가 될 것이다.

125mm * 210mm
80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