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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것은 노래한다: 이야기하는 지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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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것은 노래한다: 이야기하는 지도들

데니스 우드


(책 소개)

미국 지리학계의 이단아이자 혁신가 데니스 우드가 미국 노스캐롤라이나 주의 작은 동네 보일런하이츠를 갖가지 형태의 창작 지도로 묘사한 책이다. 


데니스 우드가 지도를 만드는 방식은 유례없이 독특하다. 그는 자신이 살았던 노스캐롤라이나 주의 작은 동네 보일런하이츠를 파고들면서 지도 제작의 전통적인 개념을 뒤엎고, 이 특정한 장소와 장소 자체의 본성을 바라보는 새로운 시각을 발굴한다. 각각의 지도는 보이지 않는 것, 아무도 눈여겨보지 않는 것, 하찮아 보이는 것에 눈을 맞춘다. 공기 속으로 침투하는 라디오 전파부터 포치에 내놓은 핼러윈 호박까지, 그는 지도로 만들어진 적이 없을뿐더러 지도로 만들 수 없을 것만 같은 사물에서 우리가 몰랐던 사실을 알려주는 통찰을 찾아낸다. 


그가 추구하는 지도의 시학에선 장소의 경험이 무엇보다 중요하고, ‘쓸모없는’ 지식이 고귀해지며, 세상의 재현은 울림을 지향한다. 우리는 지도의 아름다움을 음미하고 지도로 쓴 시(詩)에 경탄하고 내가 사는 동네를 새롭게 바라보기 시작하며, 그 과정에서 지도와 지도 읽는 법에 대한 인식의 변화를 겪는다. 그렇게 이 책에는 한 동네에 관한, 그리고 우리 자신이 ‘우리 동네’라 부르는 곳을 진정으로 알아가려는 노력에 관한 겹겹의 이야기가 쌓여 있다. 


우리가 사는 지역을 새롭게 보고, 그 안에서 다양한 의미를 찾으려는 노력이 한국에서도 일어나고 있다. 새로운 지리 정보로 지역을 다른 시각으로 탐구함으로써 지역의 실체와 표피에 가려진 진실을 캐내려는 것이다. 『모든 것은 노래한다: 이야기하는 지도들』은 한 장의 창의적인 지도가 그 장소에 대한 인식을 어떻게 바꾸는지 보여주는 상징적인 지도책이다. 



 (책 속으로) 

여기 수록된 지도는 모두 보일런하이츠라는 한 동네의 지도다. 미국 남동부 노스캐롤라이나 주의 롤리 시에 위치한 특별할 것 없는 동네, 세상 사람 대부분이 가본 적도 없고 갈 일도 없을 그런 동네로 이처럼 다채로운 지도를 만들고 또 그걸 묶어서 펴냈다는 것부터가 예사롭지 않지만, 들여다볼수록 이 책은 더욱 신비로운 빛을 발한다. 


어떤 학문보다도 보수적인 지리학계에서 지도 자체의 권위마저 타파하고자 노력해온 이단아 데니스 우드는 1970~80년대에 조경 실습수업을 맡으면서 학생들과 함께 도무지 지도 같지 않은 지도들을 만들었다. 당시에 그가 살던 동네 보일런하이츠의 노래를 담은 이 ‘이야기하는

지도들’의 대다수가 그렇게 탄생했다. 


데니스 우드는 지도가 흔히들 생각하는 것처럼 객관적 사실을 알려주는 것이 아니라 강한 주관성을 반영한다고 주장한다. 그의 견해에 따르면, 가령 학생용 지도책에 수록된 세계지도들은 그 배열을 통해 빈곤이 “지구 상에 본래 존재하는 것, 인간이 어떻게 할 수 없는 것”처럼 보이게 하는 효과를 거둔다. 지도는 예나 지금이나 오만하게도 이건 이것이고 저건 저것이라 명명하며, 세상의 모습을 사실 그대로 보여주는 척한다.


서문에서 그는 마르셀 뒤샹, 존 케이지, 크리스천 울프, 막스 에른스트, 오스카르 도밍게스 등 여러 현대 예술가의 이름을 언급한다. 급진성의 면에서 그와 일맥상통하는 인물들이다. 그러나 이들이 자아를 제거하고 서사에 저항함으로써 전통을 깨부수려 했다면, 데니스 우드는 그에 굴복함으로써 혁신을 시도한다. "객관성은 피할 수 없는 주관성을 억압하는 데 있지 않다. 오히려 주관성의 침범을 승인함으로써 주관적 읽기를 배제해야 한다는 압박을 덜 때 비로소 객관성은 확보된다." 이것이 그의 지론이자 이 지도책의 핵심이다.


저자의 서문은 ‘지도의 시학’을 논하며, 본문의 지도들은 세상의 노래와 이야기를 들려준다. 뒤에 수록된 두 편의 에세이 역시 서평이나 해설이 아니라 지극히 주관적이고 시적인 감상문이다. 일견 지도나 디자인에 관한 책처럼 보이는 이 책은 사실 문학에 가깝다. 혹은 인간과 장소—동네, 도시, 세계, 나아가 우주—에 관한 인문사회학적 고찰로 볼 수도 있을 것이다. 우리는 추억의 장소가 사라지고 동네의 풍경이 바뀌는 것을 보며 통탄한다. 하지만 물리적 장소이자 생명체처럼 움직이는 동네는 원래 “작동을 멈추지 않으며, 아무도 기다려주지 않는다. 모든 풍경은 순간의 모습을 담을 뿐이다.”


본문 뒤의 인터뷰에서 데니스 우드는 "지도가 이해관계와 관점을 가지며 주장을 펼친다는 등의 이론은 이제 새로운 학설로 받아들여진다"라고 밝힌다. 즉, 지도는 더 이상 단순한 길 찾기용이 아니며 실용적인 지리 정보만을 담는 그림이 아니다. 특정 데이터를 파고들어 시각화한 지도, 사회적 어젠다를 표현한 지도, 지역 공동체에 초점을 맞춘 지도, 예술 작품으로서의 지도 등이 점점 더 늘어나고 있는 오늘의 현실은 지도에 대한 개념과 인식 변화를 반영한다. 그러한 흐름은 한국에서도 나타나는바, 새롭고 비관습적인 실천을 탐색 중인 지도 제작자와 디자이너에게 이 책은 더없이 귀중한 영감과 도움을 제공할 것이다.


『모든 것은 노래한다: 이야기하는 지도들』 은 다양한 방식으로 읽힐 수 있다. 저자가 말하듯이 읽는 순서 또한 각자의 자유이겠지만, 이야기를 풀어가는 지도책인 만큼 서문을 찬찬히 읽고 차례대로 지도를 ‘읽어’나간다면 한층 더 빛나는 보석을 발견할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그리하여 이 아름다운 동네에 빠져들기 시작했다면, 59쪽의 ‘길’ 지도를 참조해가며 여행을 계속해보라. 각자의 보일런하이츠가 손에 잡힐 듯 눈앞에 펼쳐질 것이다.  / 옮긴이의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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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은이)

데니스 우드

모든 지도는 객관적 현실을 재현하는 것이 아니라 어떤 강력한 주관성을 반영한다는 개념을 전파한 핵심 인물이다. 쿠퍼휴잇국립디자인박물관에서 처음 개최되고 스미스소니언박물관에서 다시 열린 동명의 전시가 발단이 된 저서 『지도의 힘』은 수차례 증쇄를 거듭하고 여러 언어로 번역되어 널리 읽히면서 커다란 영향력을 발휘해왔다. 그 밖에도 동네와 집과 몸을 포함한 미시 공간과 거대 공간에 대한 비평 및 연구를 통해 궁극적으로는 독자에게 새로운 방향감각을 제시하는 다수의 책을 저술했다. 최근 저서로 『지도의 본성: 자연계의 지도학적 구성』(존 펠스와 공저), 『다시 생각하는 지도의 힘』(존 펠스, 존 크리기어와 공저), 『지도와 디자인』(존 크리기어와 공저), 『집의 규칙』, 『지구 변화 50억 년: 땅의 역사』 등이 있다. 『모든 것은 노래한다』에 실린 지도들은 세계 각국에서 전시되었고, 캐서린 하먼의 편저 『당신은 지금 여기에 있습니다』를 비롯한 다양한 출판물에 수록되었다.


(옮긴이)

정은주

고려대 영어영문학과를 졸업하고 서울대 공연예술학 석사과정을 수료한 후 번역가로 일하고 있다. ‹GRAPHIC› 국제판의 번역과 감수를 맡아왔고, ‹W›, ‹CA›, ‹바이시클 프린트› 등 여러 잡지와 『벨로: 자전거 문화와 스타일』, 『연필 깎기의 정석』, 『디자이너가 되는 방법』, 『프린트 디자인』 (공역) 등을 번역했다. 


200*252mm

162쪽 




모든 것은 노래한다: 이야기하는 지도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