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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레이스/서울 

저자: 피터 W. 페레토 

사진: 신병곤 

옮긴이: 정은주, 조순익 


(책 소개)

건축가이자 건축 교육자인 피터 윈스턴 페레토가 사진가 신병곤과 함께 담아 낸 서울의 특징적 일화와 풍경들. 페레토가 묘사하는 서울은 진기한 자연 풍경을 배경으로 수많은 단편들이 다닥다닥 모여들어 하나의 정착지를 형성해낸 불연속성의 도시이자 역사적 유산이 풍부하면서도, 특징 없는 것들로 빽빽이 들어찬 모습이다. 저자는 이 책에서 서울을 높은 위치에서 비평하기 보다는 평범한 시각에서 바라보는 데 초점을 맞춰 이 도시의 현상을 설명하고 해명하려 한다. 


(차례) 

추천사 “진짜를 경험해라!” / 피터 칼(런던 메트로폴리탄 대학교 교수)

서문 “플레이스/서울” 

교회

아파트

도시의 문신

근대적 고고학

플라스틱 건축

예식장

대학교

익명의 건축

인공적 전통

골프


(책 속으로) 

“진짜를 경험해라!”


앞에 단 제목은 데이비드 린치가 휴대폰이나 태블릿으로 영화를 보는 추세에 대항해 제대로 된 극장에서의 영화 감상을 옹호하기 위해 사용한 문구다(원맥락에서의 어조는 ‘똑바로 해라!’ 또는 ‘정신 차려라!’에 가깝다 — 옮긴이). 그가 말하는 ‘진짜’의 개념은 결코 단순하지 않다. 저자 피터 페레토는 이 표현을 빌려 오늘날의 도시를 둘러싼 현실(벌어지고 있는 일)을 어떤 진실(그 진정한 의미)로 끌어올리고자 한다. 도시의 설계가 건축가나 계획가가 아닌 자본주의라는 행위자에 의해 이루어지는 것은 전 세계적인 현상이다. 이 책의 취지는 한국의 서울을 그 세계적 현상에 대한 지역적 해석의 하나로 바라보고 묘사하는 것이다. 그리하여 만들어진 콜라주는 구미 도시들의 변방(또는 조엘 가로가 1991년 저서에서 쓴 용어로 하자면 ‘에지 시티’)과 많은 특성을 공유한다. 다만 서울은 훨씬 더 밀도 높고 강렬하다. 이 책은 기호학을 끌어와 표상의 모호성을 설명하고자 한 로버트 벤투리의 1972년 저서 <라스베이거스의 교훈>의 한국판이 아니다. 모더니즘이 품었던 ‘순수한 질서에 대한 야무진 꿈’에 대해 벤투리가 회의적인 태도를 취한 것과는 일맥상통하는 면이 있지만 말이다. 서울은

복잡함이 풍부함을 압도하며, 충돌의 과정들이 한층 더 깊숙이 침투한다.


페레토는 이탈리아 코모에서 자랐고 영국에서 공부한 후 서울로 가 5년간 머물면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건축 사무소를 열었다. 유럽의 도시들과 그 흥망성쇠에 매우 익숙했던 그는 계층구조라든지 역사와의 연속성, 기관의 분포 구역이 중요도에 따라 비교적 명백하게 갈리는 현상 등을 자연스럽게 기대했지만 서울에서 맞닥뜨린 도시의 상황은 그런 예상에서 대체로 벗어나 있음을 깨달은 듯이 보인다(현재 그가 살고 있는 홍콩 역시 마찬가지다).  


아주 흥미롭게도 이 책은 건축이나 도시계획에서 어떤 도시를 이해하기 위해 일반적으로 거치는 절차를 거꾸로 뒤집는다. 즉, 일정한 방식의 데이터 매핑을 통해 패턴이 의미를 형성하길 기대하는 절차를 따르지 않는다. 그 대신 페레토는 서울의 사진가 신병곤과 함께 자유롭게 대화를 나누면서 특징적 일화 또는 주제를 담은 풍경을 포착하는 방식으로 작업을 진행했으며, 임의로 10가지로 한정한 그 주제들은 서울만의 개성이라 불릴 법한 것을 규명할 수 있는 표본을 구성한다. 조사 방식은 교육적 고고학(예컨대, 18세기에 제임스 스튜어트와 니컬러스 레벳이 <아테네의 고적>을 출판한 것은 그리스 건축양식의 사용에 대한 규준을 확립하고자 한 시도였다)과는 거리가 멀고 오히려 민족지학에 가깝다. 서울의 역사를 기리는 것, 번성하는 상업 또는 비즈니스 중심지로서의 서울을 홍보하기 위한 것, 서울이나 타 지역 출신의 건축가가 가장 진보하고 세련된 공간과 형태를 충실하게 구현해냈음이 확연히 드러나 보이는 것 등의 ‘기념물’은 모두 배제되었다. 이 책의 관심사는 서울의 건축물이 목소리를 낼 수 있는 배경적 조건이며, 그것이 어떤 건축물인가는 중요하지 않다.


그렇게 포착된 서울의 모습은 활기 넘치고, 저돌적이며, 어수선하거나 아니면 따분하고, 궁상맞도록 실용적이거나 아니면 고약하도록 키치적이고, 긍정과 아이러니로 한껏 가득하다. 유럽과 아메리카 주요 도시를 대표하는 음악이 재즈라면, 서울에 어울리는 한 가지 스타일의 음악을 찾기란 주저되는 일이다. 케이팝은 겉으로 보이는 현상의 일부일 뿐이다. 서울은 말하자면 온갖 음악이 모여 있는 유튜브와 비슷하다. 거기에는 식별 가능한 경계도, 주도적 서사도 없으며 눈길을 사로잡는 크고 작은 순간들만이 있다. 그러한 순간들로 이루어진 총체는 변화무쌍하게 옷을 갈아입으며 낱낱의 경중을 도무지 종잡을 수 없게 만든다. 페레토는 1km에 걸쳐 있는 세운상가(기반 시설로서의 건축물)에 열광하고, 토지 자본화의 참혹한 실례인 동탄 신도시에 대해 혐오감을 드러낸다. 혹자는 이런 부분에 공감할 테지만, 나의 경우 더욱 호기심을 자극하는 것은 교회와 예식장과 골프 연습장이 공히 뿌리내리고 있는 것처럼 보이는 정신적 토대다.  이 토대는 필시 한국의 관습과, 사실상 70년밖에 되지 않은 도시에 적응하려는 노력에 여전히 에워싸여 있는 듯하다. 그리고 그 역동적인 변화는 좀처럼 멈출 것 같지 않다.


이 책은 많은 의문을 제기한다. 그중 하나는 어떤 특정한 방향도 없는 것으로 묘사된 과정이 외견상은 일관성을 나타낸다는 점이다. 나는 서울에 가보고선 재미있었다는 말을 하지 않는 사람을 아직 만난 적이 없다. 다들 으레 놀라움을 표하면서, 계층구조와 분화에 관한 모든 통설을 깨뜨리는 듯이 보이는 그 도시가 마치 영화 <블레이드 러너> 속의 디스토피아 로스앤젤레스를 예시하는 것인 양 이야기한다. 프리드리히 하이에크는 시장이란 인간의 지식으로 적절히 통제할 수 있는 범위를 넘어선 규모와 속도로 움직이며, 상향식의 점증적인 과정에 맡겨두는 것이 최선이라고 했다. 도시가 이 언명을 따름으로써 존엄과 의미를 부여하는 것이 과연 가능할까? / 추천사, 피터 칼(런던 메트로폴리탄 대학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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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은이)

피터 윈스턴 페레토 

건축가이자 홍콩중문대학교 건축학과 부교수로 디자인과 실무를 가르친다. 영국에서 태어나 이탈리아에서 교육을 받았고 영국 리버풀대학교와 케임브리지대학교에서 건축을 공부했으며, 1999년부터 영국 건축사등록협회(aRB)에 등록해 활동해왔다. 런던 건축협회학교 유닛 마스터, 서울대학교 부교수로 재직하며 건축 디자인을 가르쳤다.

2009년 서울과 런던을 기반으로 한 건축사무소 PWFeRReTTo를 설립해, 부산 오페라하우스(2011)와 현재 건설 중인 고흥 덤벙분청문화관(2013) 설계 공모 1등상을 받는 등 다양한 국제 공모전에서 수상했다. 지금까지 사무소는 30여 프로젝트를 완수했으며 한국과 중국에서 수차례 전시를 열었고, 2014년 3월에 첫 번째 모노그래프를 출간했다.

사무소를 열기 전 페레토는 여러 유럽 회사에서 일했다. 대표적으로 2001년부터 2007년까지 스위스 바젤의 에르조그와 드 뫼롱에 프로젝트 건축가로 근무하면서 스페인의 미술관 카익사포룸마드리드와 에스파시오고야 외 다수의 프로젝트를 담당했다. 그 밖에 서울 aa 비지팅 스쿨 디렉터(2008~2010), 2012 베니스비엔날레 한국관 고문을 맡은 것을 비롯해 다양한 건축 행사에 참여해왔고, 건축과 도시에 관한 강연 및 집필 활동도 활발히 하고

있다. 


(사진가)

신병곤

1983년 서울 출생. 대학에서 전자공학을 전공했다. 2013년 ‘소셜 포토(social Photo)’라는 스튜디오 겸 사진가 그룹을 공동 조직하면서 사진가로 활동을 시작했다. 현재 주로 문화 잡지와 건축 분야에서 일한다.


125*190mm 

340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