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욤 아폴리네르 시집: 내 사랑의 그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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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욤 아폴리네르 시집: 내 사랑의 그림자

기욤 아폴리네르 / 성귀수 옮김

아티초크 빈티지 시선 10


프랑스 현대시의 심장, 기욤 아폴리네르의 

《내 사랑의 그림자》 국내 최초 완역 출간


국내 최초로 완역 소개되는 《내 사랑의 그림자》 (원제: 루에게 바치는 시 (Poèmes à Lou))는 제1차 세계대전이 발발하자 즉각 프랑스군에 자원입대한 아폴리네르가 루이즈 드 콜리니샤티용 백작부인을 만나 구애하고, 사랑하고, 그리워한 1년여 간의 생생한 발자취를 담은 독보적인 사랑 시집이다. 


번역은 《오페라의 유령》 《아르센 뤼팽 전집》 《사제와 죽어가는 자의 대화》 등 백여 권이 넘는 번역서로 인정받은 전문 번역가이자 시인인 성귀수가 맡아 단순히 말과 뜻의 옮김을 넘어 아폴리네르의 작품성을 재현하는데 주력했다. 아폴리네르의 번역은 《이교도 회사》 《일만일천 번의 채찍질》 《작은 동물원》에 이어 이번이 네 번째다.


이번 시집은 ‹나의 루 밤이 내린다› ‹깜찍하고 사랑스러운 나의 루› ‹포탄을 찾으러 가면서› 등 75편의 명시와 한글로 제작한 상형시 칼리그람, 아폴리네르 사진 및 명화 등 40점의 삽화, 친절한 해설과 번역노트 등으로 구성되었다.


《내 사랑의 그림자》는 세계 및 국내 최초로 3가지 표지 디자인으로 동시 출간하였다.



시가 되어버린 욕망과 희열의 낮과 밤


아폴리네르는 시집 《알코올》이 출간된 이듬해인 1914년 가을, 프랑스 니스에서 관능의 신세계에 눈을 뜨게 해줄 여인과 처음 조우한다. 그녀의 이름은 루이즈 드 콜리니샤티용. 아폴리네르는 그녀에게 ‘루 (Lou)'라는 애칭을 붙여 주었고, 2백여 통이 넘는 사랑의 편지를 써서 보냈다. 이 편지들은 1918년 시인이 사망한 지 한참 뒤인 1955년에 한데 모아져 정제된 시집으로 빛을 보게 되었다.


《내 사랑의 그림자》의 주인공 루이즈는 당시로선 파격적인 현대 여성이었다. 백작가문의 상속녀로 한번 결혼했다가 금세 이혼한 경력의 소유자였고, 코르셋 착용을 거부할 만큼 자유분방한 성격에 깜찍한 미모, 프랑스 최초의 여성 비행사로서 경비행기를 직접 모는 귀족의 아우라까지 겸비하였다.


아폴리네르는 루이즈를 처음 만난 바로 다음날부터 적극적인 애정 공세를 펼치지만, 그녀의 애매모호한 태도 때문에 모든 것을 뒤로한 채 입대한다. 그러나 입대 다음 날 그녀는 님므의 병영 정문 앞에서 그를 기다리고, 둘은 8일간 인근 호텔에서 활화산 같은 밀회를 매일 저녁부터 아침까지 벌인다.


루이즈와의 사랑은 갑작스럽고, 예측 불가능하며, 지극히 육체적이고, 주도권 또한 여자가 쥔 듯한, 시인으로서는 처음 경험해보는 것이었다. 1914년 가을부터 약 6개월 동안 이어진 두 사람의 관계는 8일간의 밀회 후에도 세 번을 더 만나지만, 역시 가망 없는 결별로 끝날 운명이었다. 흥미로운 사실은 마지막 만남에서 이미 결별이 확정되었음에도 시인은 6개월을 더 여인에게 시를 바쳤다는 점이다.


“난폭한 본능의 시대다 전쟁은 사랑을 닮았구나”


아폴리네르는 본질적인 의미에서, 무엇보다도 ‘사랑의 시인’이었다. 교류와 공감의 대가였던 그는 여성의 아름다움 앞에서 언제든 첫눈에 반할 줄 아는 남자였고, 바로 그렇기 때문에 항상 상처받을 위험에 노출된 영혼이기도 했다. 대담하면서도 가슴 저리는 《내 사랑의 그림자》의 연시들은 그가 사랑의 가장 불확실한 양상까지도 삶의 총체적 현상으로 끌어안았음을 보여준다.


치열한 사투가 벌어지는 전장 한복판의 삶이었던 만큼, 시의 의미는 더 감동적이다. 아폴리네르는 루에게 시를 써 보내는 매 순간 시인이면서 군인이었고, 연인이면서 동시에 창조자였다. 그렇기에 사랑은 연애 감정에 머물지 않고 운명을 정복하고자 하는 의지와 항상 결합했다. 심지어 사랑이 죽어가는 그 순간조차, 용기와 믿음으로 현실을 극복해나가려는 생명력에 도취되어 있었다.


아폴리네르, 삶과 사랑과 시가 하나인 시인


‘내 사랑의 그림자’라는 제목은 생전에 아폴리네르가 미리 생각해둔 것이었으며, ‘그림자’란 돌이킬 수 없는 과거, 추억, 회한, 죽음, 시, 그리고 그 모두를 끌어안은 채 뒷걸음질 치는 자의식이다. 이것은 역자가 국내 최초로 이 시집을 소개하면서 제목을 ‘내 사랑의 그림자’로 되돌린 이유이다.


아폴리네르는 슬픔이나 고통을 시로 쓸 때, 그것은 슬픔이나 고통을 떠나 삶의 본모습이라고 말한 바 있다. 사랑의 감정이 에너지를 최고조로 고양시키면, 인간은 현실에 구애받지 않는 영혼의 목소리 즉 ‘진실’을 자각한다. 시인이 사랑앓이를 하는 동안 맹렬하게 시를 쓰는 이유가 거기에 있다.


현실을 있는 그대로 누구보다 치열하게 살면서 아픔과 상처, 욕망과 희열, 그 모든 빛과 그림자를 하나하나 “기념하듯” 시로 써내려갔다고 고백한 사내. 진정 언어의 승리를 자신했다는 점에서 아폴리네르는 그야말로 모든 것이 시가 될 수 있는 ‘진짜 시인’이었다.


《기욤 아폴리네르 시집: 내 사랑의 그림자》에 수록된 감각적인 삽화와 시인의 인생 스토리는 삶과 사랑과 시가 하나인 시인의 불꽃같은 사랑을 감상하기에 손색이 없을 것이다. 아울러 입체파와 초현실주의의 대담한 모험정신에 활력을 불어넣은 장본인인 아폴리네르가 창안한 칼리그람은 독자에게 특별한 시적 경험을 제공할 것이다. 




■ 저자 기욤 아폴리네르 (Guillaume Apollinaire, 1880. 8.25 - 1918. 11.9)


기욤 아폴리네르는 20세기 초 유럽, 인간의 상상력과 창조적 본능이 이른바 '황금시대'를 전망하던 시기에 그 최전방에서 시와 예술의 새로운 흐름을 선도한 시인이다. 이탈리아 로마에서 태어난 아폴리네르는 폴란드인 어머니와 정체불명의 아버지 사이에서 사생아로 태어나 줄곧 이방인의 처지로 문필활동을 했지만, 오늘날 프랑스인이 가장 사랑하는, 프랑스를 대표하는 시인으로 칭송받고 있다. 그 배경에는 ‹미라보 다리›처럼 대중적으로 널리 알려진 시의 걸출한 서정성이 우선 자리함을 부인할 수 없다. 나아가 《알코올》(1913)과 《칼리그람》(1918)이라는 독보적인 시집 출간, 입체파와 초현실주의의 대담한 모험정신에 영감을 불어넣은 점까지, 길지 않은 한평생 그가 펼쳐 보인 창조자로서의 스펙트럼은 당대를 빛냄은 물론 미래를 열었다는 평가가 아깝지 않을 만큼 화려하다. 있는 그대로의 현실을 누구보다 치열하게 살면서 아픔과 상처, 욕망과 희열, 그 모든 빛과 그림자를 하나하나 "기념하듯" 시를 써내려갔다고 고백한 사내. 진정 언어의 승리를 자신했다는 점에서, 아폴리네르는 그야말로 모든 것이 시가 될 수 있는 '진짜 시인 (un vrai poète)'이었다. 



■ 번역 성귀수


성귀수는 시인이자 번역가이다. 시집 《정신의 무거운 실험과 무한히 가벼운 실험정신》과 내면일기 《숭고한 노이로제》를 펴냈다. 《오페라의 유령》 《아르센 뤼팽 전집》 《적의 화장법》 《자살가게》 《O 이야기》 그리고 사드의 《사제와 죽어가는 자의 대화》까지 백여 권이 넘는 책을 번역했다. 아폴리네르의 작품 번역은 《이교도 회사》 《일만일천 번의 채찍질》 《작은 동물원》에 이어 이번이 네 번째다.



110mm * 180mm

240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