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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BOOKS

포스트디지털 프린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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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시대에 종이책은 죽었는가? 스크린은 종이를 살해할 것인가?

 

디지털 시대에 종이책은 점점 더 쓸모 없는 것으로 여겨지고 있다. 공간과 자원을 낭비하는 종이책의 자리를 조만간 스크린 기반의 전자책이 대체할 것처럼 보인다. 전자책은 지금 시대에 점점 더 귀중해지는 공간을 절약해줄 뿐만 아니라 종이책이 구현할 수 없는 새로운 기술을 선보이며 잠재적 독자들을 유혹하고 있다. 이미 음악과 영상 콘텐츠 생산과 소비는 아날로그에서 디지털로 넘어갔고, 출판이 마지막으로 그 전철을 밟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이 책의 저자인 알레산드로 루도비코는 종이책을 없애려는 시도가 1894년부터 있었지만 항상 실패해왔음을 일곱 개의 대표적인 사례를 들며 이야기한다. 전기가 발명된 이후 많은 발명가와 미디어 혁신가들이 종이를 대체하기 위해 노력했지만 종이책이 가진 장점을 압도하는 것을 만들어내지는 못했다. 종이책은 원시적으로 보이지만 언제나 들고 다닐 수 있고 충전이 필요 없으며 접을 수 있다. 또한 노트 필기 등 다양한 학습 방법을 보장해준다. 무엇보다 우리는 종이책의 인터페이스를 통해 정보를 전달하고 습득하는 것에 익숙하다. 이 사실은 대부분의 전자책이 종이책 레이아웃과 인터페이스를 흉내 내는 방식으로 시작되었다는 사실을 통해 증명된다. 수백 년간 많은 장인과 전문가들이 구축해놓은 읽기의 포맷에 익숙해져 있는 우리의 습관이 하루 아침에 바뀌지는 않는 것이다.

 

그러나 인터넷에 기반한 디지털 환경이 보편화되고 있는 지금. 우리는 더 이상 종이책만을 고집할 수는 없다. 특히 정보의 가치가 바닥을 치고 있는 상황에서 전통적인 유통방식을 고집하는 신문과 잡지, 종이 백과사전은 언제 사라져도 이상하지 않다. 게다가 구글은 많은 자금과 노력을 들여가며 전 세계에서 발행되었던 모든 책을 디지털화하려는 야심을 품고 있다. 그러나 그와 같은 기업체들의 노력은 인기 있는 오락 콘텐츠에 집중되어 있으며, 결국 회사의 수익을 위해 인류가 만들어 놓은 귀중한 자산을 활용하는 것으로 귀결될 것이다. 반면에 브루스터 케일의 ‘인터넷 아카이브’는 이들의 반대편에서 인류의 귀중한 유산으로서 ‘책’을 디지털 형식과 아날로그 형식으로 보존하려는 시도를 하고 있다. 단순히 정보를 전달하는 것 이상의 가치를 지닌 종이책의 운명은 어떻게 될 것인가?

 

저자에 따르면, 한정된 사물인 종이책은 결핍을 통해 지속적으로 스스로의 가치를 높일 것이다. 또한 종이책이 구축하는 공동체는 디지털 문화에서는 재현될 수 없는 성질의 것이다. 1920년대 미래주의 작가였던 앙드레 브르통은 “사람들은 동료를 찾기 위해 출판한다”고 말한 바 있다. 저자는 이러한 맥락에서 1920년대의 미래주의, 초현실주의, 1960년대의 플럭서스 운동, 1980년대의 펑크 진 운동 등의 역사를 상세히 설명한다. 특히 1980년대 미국에서 시작된 ‘걸 진 네트워크’와 같은 액티비즘 출판 운동이 가져온 효과와 정치적 파급력을 통해 “함께 출판하는” 공동체 출판의 가능성을 타진한다. 이는 최근 한국 사회에서 점차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는 독립 출판이나 독립 서점의 열기와 포개어 놓고 비교 해 볼 수 있는 지점이기도 하다. 개인이나 공동체가 D.I.Y. 문화를 기반으로 책을 만들고 확산시키는 것은 우리 사회에 필요한 사회적 이슈를 제기하고 소비하는 역할을 한다. 이는 담론의 생산과 유통, 소비라는 출판의 전통적인 역할을 포스트디지털 시대에 다시 상기시키는 행위이다.

 

정보의 변화, 스크린과 종이의 혼성으로 ‘포스트디지털’ 프린트

 

아마존의 수장인 제프 베조스는 킨들을 ‘책스러움’을 투사하기 위해 만들었다고 이야기한 바 있다. 그 자신도 우리가 문자를 읽고 이해하는 매체로서 전통적인 종이책의 우월성을 인정한 것이다. 책이 성취한 것에 도달하기 위해 그는 킨들을 매우 정교한 제품으로 만들어야 했다. 종이가 가진 장점은 레이아웃이나 책을 읽는 제스처의 모방 등을 통해 전자책 시대에도 증명되고 있다. 동시에 종이도 변화를 거치면서 자신의 본성과 모양을 바꾸고 있다. 많은 연구소에서는 스크린을 통해 종이의 질감과 느낌을 살리는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그러나 무엇보다 종이와 스크린 사이의 관계를 변화시키는 것은 그 안에 있는 콘텐츠를 생산하고 소비하는 우리 사회의 변화이다.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가짜 뉴스나 컴퓨터 알고리즘으로 기사를 만들어 내는 것은 자동화된 콘텐츠 생산의 사례를 보여준다. 노스웨스턴 대학의 맥코믹 공과대학이 만든 <스태츠 멍키>나 <7시 뉴스>, <스탯시트>가 대표적이다. 마치 정크 푸드와 같은 새로운 뉴스가 우리 일상에 쏟아지면서, 우리는 그것을 검증하는 알고리즘에 대해서도 근본적인 질문을 던질 수 있다. 누가, 어떤 기준을 가지고 뉴스와 정보에 순위를 매기고 노출 빈도를 조정하는가? 포스트디지털 시대의 권력은 신문 1면이 좌우하는 것이 아니라 포털 사이트에서의 노출 빈도나 실시간 검색에 따라 좌우될 것이다.

 

정보의 값이 바닥을 치고, 전통적인 방식으로 인쇄하고 유통하는 신문사나 잡지사는 경제 위기가 닥치면서 줄줄이 폐간되고 있다. 아마존 킨들 구입 비용보다 신문의 제작과 유통 비용이 훨씬 높아지는 상황이 온 것이다. 그렇다면 모든 사람들이 인터넷이 연결된 스크린을 통해 신문을 보게 될 것인가? 2009년 영국의 저명한 신문 ‘가디언’이 만우절 농담으로 이제 앞으로 종이 신문을 발행하지 않고 트위터를 통해서만 기사를 내보내겠다고 발표했을 때, 많은 사람들이 그것을 농담으로만 받아들이지 않았다.

 

여기서 저자가 이야기하는 포스트디지털의 의미를 적절하게 떠올려 볼 수 있다. 이미 우리는 디지털 이후의 삶을 살고 있고, 다시 아날로그 세계로 돌아가는 것은 불가능해 보인다. 그러나 당연한 이야기지만, 우리의 일상적 삶은 디지털적인 것과 아날로그적인 것이 어지럽게 뒤섞여 있다. 저자는 디지털 환경이 가져온 네트워크와 공유의 가능성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심지어 그것을 토대로 종이책의 가치를 높일 것을 제안한다. 예를 들어 오라일리 출판사는 전자책의 DRM을 없애는 용감한 시도를 했는데, 결과적으로 100% 이상 매출이 신장되었다. 유명 작가인 파울로 코엘료나 댄 브라운 등도 자신의 책을 P2P 사이트에 올리고 반응을 지켜본다. 이들 모두 엄청난 성공을 보장받았다.

 

저자는 웹을 단순한 홍보 채널 이상의 것으로 활용할 것을 제안한다. 사실 전자책 이전에 블로그가 만들어낸 생태계는 인터넷 문화의 핵심적인 요소로, 많은 사람들을 끌어 모았다. 전자책과 종이책의 혼종은 종이책의 장점을 모방하는 것을 통해 이뤄지는 것이 아니다. 대신 전자책이 가진 네트워크의 속성과 종이책의 안정성이 교차되는 장소가 앞으로의 전자책 출판이 이루어지는 곳이다. 이것은 주문형 인쇄(Print On Demand)와 같은, 이미 우리 주위에서 상용화 되어 있는 테크놀로지를 통해 가능할 것이다. 또한 저자는 19세기 초반부터 20세기까지 수 많은 예술가와 기술자, 액티비스트 들의 실험들을 사례로 들면서 이 두 매체 사이의 혼종 가능성을 타진한다.

 

도서관, 서점, 유통사, 그리고 여러 책 공간들

 

책의 미래를 이야기하다 보면, 중요한 책 공간, 도서관이나 서점, 유통사 등에 대한 언급도 빠질 수 없다. 책은 기본적으로 지식을 저장하는 것이고, 필요한 순간 그것을 참고하기 위해 사용되는 매체이기 때문이다. 디지털 형식의 자료는 검색과 보관이 쉽다는 장점이 있지만 안정성에 있어서는 종이 매체보다 취약하다. 단순히 하드웨어가 고장이 날 수도 있고 파일 형식이 변화해서 새로운 기계에서 읽히지 않을 수도 있다. 모든 책을 전자책으로 대체하기로 결정한 도서관들은 계속 업데이트되는 전자책 리더기, 책 파일과 같은 환경에 신속하게 대처하기가 쉽지 않다. 그러나 종이책은 특별히 유지비가 들지 않는다. 소중한 공간을 차지한다는 점만 제외한다면, 책은 정보를 저장하고 다시 꺼내는 데 있어 가장 효과적인 매체이다. 많은 도서관들이 디지털 형식으로 된 책을 빌려주려는 시도를 하고 있지만 정작 사용자인 독자들의 반발이 거세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지금 우리 사회에서 만들어지는 정보와 콘텐츠 대부분이 디지털 형식이라는 사실이다. 그렇다면 종이책 기반으로 설계된 도서관이나 아카이브도 어떤 변화가 필요한 것이 아닐까? 저자는 커싱 아카데미와 브루스터 케일의 이동형 도서관 등을 예로 들면서 우리 사회에서 지식을 보존하고 보여주고 유통시키는 방식이 어떻게 변화하고 있는지 이야기한다.

 

서점이나 유통사 역시 마찬가지의 변화를 겪을 것이다. 1960년대 이탈리아에서 시작된 ‘푼티 로시’ 운동은 급진적인 공동체 서점이다. 저자는 이 사례를 통해 제작자와 출판사, 서점 사이의 관계뿐만 아니라 서점들 간의 협업 가능성을 타진한다. 우리가 어떤 시스템 안에서 책을 살 수 있는가의 문제가 아니라 어떤 방식을 통해 지식과 경험을 공유하는가의 문제가 여기서 제기된다. 나아가 단순히 지식 상품을 고객에게 전달만 하는 기존 서점과 유통사의 역할을 확장할 수 있는 가능성도 엿볼 수 있다.

 

주문형 인쇄처럼 테크놀로지의 발전이 가져온 변화도 있다. 에스프레스 북머신 같은 기술은 굳이 책을 출판하지 않더라도 디지털 형식의 파일만 있으면 필요한 사람에게 즉석에서 책을 만들어 주는 것을 가능하게 만들었다. 저자는 미래의 서점이 이런 모습이지 않겠냐고 이야기하다가도, <비저니어>같은 호화 잡지도 떠올린다. 30만원에 달하는 이 잡지는 최신 인쇄 기술이 집약된 책으로, 책이 가진 물질적인 속성을 한계까지 밀어부친 결과물이다. 디지털 기반의 문화 생산물들은 이러한 책의 물질적인 속성을 충족시킬 수 없기 때문에, 비록 작은 부분으로나마 종이책 시장은 살아 남을 것이라고 예측한다.

 

포스트디지털 프린트의 미래는?

 

사실 이 책을 계속 따라가다 보면 ‘종이책은 사라질 것인가’라는 처음의 질문이 다소 구차하게 여겨질지도 모르겠다. 중요한 것은 지금 우리가 어떤 조건에서 지식을 생산하고 소비하고 유통하는가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이것은 지금 우리가 가지고 있는 여러 도구들을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의 문제이기도 하다. 저자도 넌지시 이야기하지만, 언젠가는 구글이 페이퍼리드(*Pay-per-read; 온라인에서 책을 읽고 해당 서비스만큼만 지불하는 방식) 모델을 활용해서 전 세계 출판 시장을 독식하는 날이 올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러한 산업적 변화와는 별개로, 우리는 여러 사람들이 만들어 놓은 지지구조와 하부구조 위에서 다양한 실험을 시도해볼 수 있다. 이것은 종이/스크린, 종이책/전자책의 이분법에 갇히지 않고 서로 다른 계기와 가능성을 지닌 여러 요소들을 혼종시키고 다양화하는 실천이다. 동시에 테크놀로지가 부여하는 유토피아적 세계에 지나치게 매혹되지 않으면서 인터넷 커뮤니티의 하의상달식 역동성을 유지해야 한다. 이것은 과거 아방가르드 잡지나 펑크 진, 걸 진 네트워크들이 성취했던 것으로, 우리는 지금 이곳에서 다양한 계기들을 활용하여 아직은 현실화되지 못한 출판의 사회·정치적인 잠재성을 발굴해낼 필요가 있다. 이것은 출판이 오랫동안 해왔던 것이며 지금 우리 사회에서 가장 시급하게 필요한 작업이다.

 

목차

 

서문

1장 (아직 일어나지 않은) 종이의 죽음

1.1 인쇄 매체에 대한 초기 위협들

1.2 전선이 느릿느릿한 종이의 목을 조이리라

1.3 리디스: 페이지 없이 단어를 읽는 기계

1.4 허버트 조지 웰스는 신문의 죽음을 선포한다: 전화를 통한 최신 뉴스가 미래이다

1.5 신문의 열혈 고객을 훔치려는 라디오의 시도

1.6 ‘차가운’ 시각 권력을 가진 텔레비전 vs. ‘죽은’ 책과 ‘모자이크식’ 신문

1.7 종이를 가상화하는 컴퓨터 ‘종이 없는’ 선전

1.8 하이퍼텍스트, 종이가 될 수 없는 그 무엇

1.9 종이의 죽음은… 아직 일어난 적이 없다

 

2장 인쇄 발전을 반영하는 대안 출판의 역사

2.1 인쇄는 해방이다

2.2 20세기 아방가르드에서의 인쇄 사용

2.3 등사기 혹은 스텐실 복사기, 지하 출판을 활성화하다

2.4 플럭서스, ‘영속적인 네트워크’ 안에서 인쇄물 유통하기

2.5 지하 출판의 열풍, 오프셋 컬러 드리핑과 네트워크 (다시)

2.6 세계를 복사하기, 문화를 재전유하기

2.7 디지털 혁명 그리고 진의 전성기와 몰락

2.8 미디어 결합하기, 가까운 미래 바라보기

 

3장 종이의 변이: 비물질 시대에서 물질로서의 종이

3.1 신문 대학살

3.1.1 정기간행물 대학살

3.2 콘텐츠 원자화하기: 애플/아이튠즈 패러다임 따르기

3.2.1 자동화된 콘텐츠: 뉴스는 독자를 따른다

3.3 선매권을 가진 뉴스: 온라인 관심 시장을 향한 전투

3.4 인쇄의 공간, 신체성 그리고 반복성

3.4.1 출판의 제스처

3.5 주문형 인쇄, 종이와 픽셀 간의 힘 균형

3.5.1 자비 출판, 표현의 자유 그리고 자기만족

3.5.2 주문형 인쇄의 선구자: 맞춤 주문제작과 오픈소스

3.6 독립 잡지 전략, 성공을 위해 결속하기

3.7 자동화된 디지털 제작의 함정

3.8 인쇄와 디지털은 결합 중이고, 바로 이곳에서 진짜 문제가 시작된다

 

4장 종이의 종말: 실제 무엇이 인쇄된 페이지를 대체할 수 있는가?

4.1 전자 종이, 전자 출판의 단위

4.1.1 베조스의 비전: 세계를 킨들화하라

4.1.2 전자책 패러다임에 저항하기

4.1.3 아이패드 패러다임: 전자책 구매자를 위해 출판하기

4.1.4 전환점: 종이책의 외관과 느낌을 가진 전자 콘텐츠

4.1.5 스크린 안팎에서의 신문

4.2 ‘자동공간조정’: 읽기와 쓰기에서 모바일 스타일

4.3 콘텐츠 전달하기, 디스크에서 무선 네트워크로

4.4 디지털로 가기: 사라지는 도서관

4.5 인쇄물, 한정판 사물이 되다

4.5.1 인터미디어적 전략: 인쇄물 판매에 디지털 미디어 사용하기

4.6 포스트디지털 프린트

4.7 인쇄와 온라인, 친구인가 적인가? 인쇄물과 블로그의 개념적 차이와 유사성

4.8 무엇이 좀 더 환경친화적인가? 종이 아니면 디지털?

4.9 종이는 살이고, 스크린은 금속이다

 

5장 분배된 아카이브: 과거에서 온 종이 콘텐츠, 미래를 위한 종이 콘텐츠

5.1 ‘온라인 공룡들’과 인쇄된 자료를 ‘아카이빙’하는 그들의 접근

5.2 독립 잡지 보존하기, 논쟁적인 투쟁

5.3 분배된 아카이브, P2P 아카이브 모델

5.3.1 ‘유동적인’ 아카이브 형태의 필요

5.4 아카이브 예술: 디지털 데이터베이스 인쇄하기

5.5 스크랩북, 새로운 방법론으로서 풀뿌리 아카이빙

 

6장 네트워크: 문화 변형하기, 출판 변형하기

6.1 네트워크 교점으로서 잡지

6.1.1 네트워크란 유통한다는 것을 뜻하며 유통은 대체로 네트워크에서 이익을 얻는다

6.1.2 사회기반시설로서 네트워크: 수행자, 연합체 그리고 디렉토리

6.1.3 정치적 지지와 지속 가능한 사업 수단으로서 네트워크:푼티 로시(‘붉은 점’)프로젝트

6.2 협업이 경쟁보다 낫다: 매그닷넷 네트워크

6.3 대규모 실험으로서 네트워크: 도큐멘타 12 〈매거진 프로젝트〉

6.4 외부 지지 네트워크, 멀리서 출판의 제스처 도와주기

6.5 네트워크: 미래가 시작되는 곳

결론 포스트디지털 프린트: 미래의 시나리오

부록 인쇄 vs. 전자: 종이와 픽셀의 100가지 차이점과 유사점

후기 — 플로리안 크레이머

저자와의 인터뷰

옮긴이 후기

색인

 

저자 소개 알레산드로 루도비코(Alessandro Ludovico) 1993년부터 『뉴랄』 잡지의 편집장이자 연구자, 작가로 활동한다. 영국 캠프리지의 앙글리아 러스킨 대학에서 영문학과 미디어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사우스햄튼 대학의 웬체스터 예술대 부교수로 있으며, 파슨스 파리 캠퍼스와 뉴 스쿨에서 강의를 맡고 있다. 다수의 책을 편집하고 출판했으며 전 세계 곳곳에서 강연을 해왔다. 또한 카셀 도큐멘타 12의 〈매거진 프로젝트〉의 자문을 맡은 바 있다. 상을 받은 〈독점주의를 해킹하라 3부작〉(구글은 자기 스스로를 먹어치울 것이다, 아마존 느와르, 페이스북을 접하라)의 공동 작가이다.

 

옮긴이 소개 임경용 한국예술종합학교와 한국영화아카데미에서 영화이론과 영화 프로듀싱을 공부했다. 2007년부터 소규모 출판사인 미디어버스를 운영하며, 2010년 서점이자 프로젝트 스페이스인 더 북 소사이어티를 통해 예술 도서 및 소규모 독립 출판물을 소개해왔다. ‘책사회’ 총서의 책임 편집자이자 도시의 여러 자율적 움직임을 기록하는 비정기 저널 『공공도큐멘트』의 공동 편집자이기도 하다. 동시에 《제록스 프로젝트》(백남준 아트센터, 2015), 《예술가의 문서들: 예술, 타이포그래피 그리고 협업》(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 공동기획, 2016), 《불완전한 리스트》(일민미술관, 2016), 《불완전한 리스트 베이징》(페이퍼로그, 2016) 등 출판과 관련된 몇몇 전시 및 프로젝트를 기획하고 진행했다.

 

책 속에서

 

“현재 디지털 시대에서 ‘종이의 죽음’은 타당한 개념이 되어 버렸고, 이 개념은 조만간 구체화될 조짐을 보인다. ‘만물의 디지털화’는 ‘낡은’ 모든 매체(어떤 식으로든 콘텐츠를 전달하는 모든 것)를 대체하겠다고 위협하는 한편, 지금 세계에 꼭 필요한 새로운 가치를 추가하겠다고 주장한다. 이동이 편리하며, 검색이 가능하고, 편집과 공유를 할 수 있는 요소 말이다. 사실 레코드와 라디오, 비디오 사례에서 보았듯이 모든 ‘오래된’ 매체는 이전의 형식과 양상에서 근본적으로 변했다. 반면 이러한 매체들 가운데 어떤 것도 실제 사라지지 않았다. ‘그저’ 새로운 기술적, 산업적 요구에 따라 진화하고 변했을 뿐이다.

 

그중에서도 가장 오래된 매체인 인쇄물은 마지막으로 이러한 진화 과정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변화는 여러 이유로 유보되었는데, 산업적인 이유도 있지만 대부분은 대중들 때문이었다. 그렇다면 이런 질문을 해보자. 종이 인쇄물은 정말 파국에 처했는가? 스크린이 계속 확산되어 지금의 미디어 풍경을 접수하고, 점진적이지만 피할 수 없는 인쇄물의 종말을 볼 것인가?

 

미래를 예견하기란 쉽지 않으나, 과거에 대한 제대로 된 분석 없이 미래를 예견하는 일은 쓸데없는 짓이다. 사실 역사 안에서 ‘새로운’ 매체가 그 존재의 정당성을 얻기 위해 ‘오래된’ 매체에 대한 깊은 의문을 제기하며 대중성을 확보하려 할 때마다 우리는 지난 시간 속 여러 특정한 시점에 종이의 죽음이 선언되었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이런 역사의 순간마다 종이는 곧 사라질 것이라고 여겨졌다.” (21페이지)

 

“1920년대 초현실주의 예술 운동의 창립자 가운데 한 명인 앙드레 브르통은 “사람들은 동료를 찾기 위해 출판한다!”고 주장했다. 이 짧지만 유명한 언표에는 초창기 아방가르드 출판뿐 아니라 20세기 후반의 독립 출판의 정신도 찬란히 담겨 있다. 엄밀하게 말하자면 여기서 주된 관심사는 상업적인 성공이나 인쇄 실험의 미학적인 순수성, 심지어 (적어도 아직은) 작품의 아카이빙은 아니다. 그보다 이런 종류의 출판은 주로 대안적인 출판물로 ‘바이러스성’ 의사소통 모델을 통해 마음이 맞는 사람들 사이에 아이디어를 알리고 확산시키는 역할을 했다.” (41페이지)

 

“아날로그에서 디지털로 가는 일방통행로는 없다. 쌍방향의 이행이 있을 뿐이다. 디지털은 양적인 정보와 콘텐츠, 아날로그는 가용성과 인터페이스를 위한 패러다임이다. 비디오와 음악의 최근 역사가 좋은 사례인데, 이러한 유형의 콘텐츠를 위한 디지털 기술은 출판보다 훨씬 진보했다. 비디오의 경우 (VHS든, DVD든 상관없이) 매체는 단지 용기일 뿐이다. 왜냐하면 콘텐츠는 언제나 궁극적으로 화면 위에서 드러나기 때문이다. 이것은 음악도 마찬가지이다. 카세트나 LP, CD는 단지 매개를 위한 용기일 뿐이고 실제 청음은 항상 스피커를 통해서만 (그리고 이제는 점점 더 헤드폰을 통해서) 이뤄진다. 이 두 경우, 포맷은 시청과 청취의 경험에 극적인 영향을 주지 않고 변한다. 가끔 이러한 경험은 (HD 비디오 같은) 미디어 테크놀로지 변화 때문에 향상되거나 (MP3 파일에서 진동이 열화되는 것처럼) 미세하게 나빠지기도 한다.

 

그러나 인쇄는 이와는 상당히 다르다. 왜냐하면 인쇄 매체는 무언가를 보여주기 위한 용기 이상의 것이기 때문이다. 인쇄는 보이는 것 그 자체이기도 하다. 인쇄 매체의 변화는 결과적으로 모든 (물리적인) 습관, 의식 그리고 관련 문화를 포함하여 사람들의 경험을 변화시킨다. 그러므로 전자 출판이 지난 수 세기 동안 인쇄물이 성취했던 정교함에 도달하려면 갈 길이 멀다.

 

그러나 점점 더 많은 콘텐츠가 인쇄물에서 디지털로 이동하면서 우리는 피할 수 없는 전환점에 다가가는 것처럼 보인다. 그 전환점에서 출판사들은 조만간 인쇄물보다 전자 출판물을 더 많이 내어놓을 것이다. 가장 중요한 이유는 전자책을 출판하는 일이 전통적인 출판만큼 단순하고 쉬워지고 있기 때문인데, 이런 상황은 책을 만드는 출판사뿐 아니라 새로운 인터페이스, 새로운 습관과 관습 덕분에 소비자에게도 적용된다. 그러나 디지털 출판의 진정한 힘은 상이한 미디어를 통합하는 것이 아니라 월등한 네트워크 기능에 있다.” (199 페이지)

 

“2017년 한국에서 디지털적인 것에 익숙하고 그것을 자유롭게 활용할 수 있는 (포스트디지털 세대라고 할 수 있는) 20~30대가 독립 출판으로 대표되는 종이 인쇄물의 주체가 되고 있는 상황은 출판 네트워크가 공동체를 형성할 수 있고 동시에 그렇게 만들어진 공동체가 지금 우리 사회 안에서 유효하다는 증거이다. 특히 이러한 움직임은 우리 사회에 매우 시급하고 긴급한 사회·정치적 이슈(2016년부터 가시화되기 시작한 페미니즘 운동처럼)와 연결될 때 폭발력을 지닌다. 이러한 폭발적 운동 안에서 스크린과 종이, 전자책과 종이책, 휴대폰과 리소그래피 같은 매체는 서로 투쟁하는 것이 아니라, 운동의 주체들이 필요에 따라 끌어다 구성할 수 있는 계기에 다름 아니다.” (249페이지)

포스트디지털 프린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