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하는 여자는 괴물과 함께 잠을 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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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생각하는 여자는 괴물과 함께 잠을 잔다
  • 12,000원
  • 김은주 | 봄알람
  • 판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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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출판년도
  • 120mm x 190mm
  • 184쪽
  • 2017
생각하는 여자는 괴물과 함께 잠을 잔다

여성 철학자 한나 아렌트, 가야트리 차크라보르티 스피박, 주디스 버틀러, 도나 해러웨이, 시몬 베유, 쥘리아 크리스테바 6인을 다룬다. 이 여섯 인물은 어떤 하나의 주제를 끌어내기 위해 선택된 것이 아니며, 그렇다고 각각의 사상을 깊이 있게 다루기에는 아주 얇은 책이다. 이 책은 이들 인물들의 멋짐을 널리 알리고 싶은 마음으로 기획되고 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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압제자의 언어에서 새로운 말과 사유를 길어 올린 여성 철학자들

 

가부장제는 여성의 욕망을 배제하고 터부시했다. 여성들은 오랜 세월 억압된 욕망을 끌어안고 잠들어야 했다. 여성주의 행동가이자 시인인 에이드리언 리치는 그것을 ‘괴물’이라 불렀다. 존재가 억압된 채로 여성들은 무언가를 욕망했고, 사유의 모험을 시작했다. 자신의 언어로 자기 존재를 규정하고 또 세계를 이해하고자 했던 여성 철학자들이 품고 있던 괴물은, 무엇이었을까?

 

“사유가 위험하다는 것을 부인하지 않는다. 하지만 나는 사유하지 않는 것이 훨씬 더 위험하다고 말하겠다.” ―한나 아렌트

 

“우리는 모두 완전히 다원적이며 다른 이의 언어로 재현될 수 없다. 나를 제3세계 여성이라 부르지 말라.” ―가야트리 차크라보르티 스피박

 

“규범이 나를 죽음으로 몰아세운다면, 나는 규범이 만든 인간의 기준에 질문을 던지고 삶의 조건을 바꾸겠다.” ―주디스 버틀러

 

“죽어야 할 운명이 아니라면 우리는 아무것도 아니다.” ―도나 J. 해러웨이

 

“고통의 악순환은 가장 약한 자를 독살시킨다. 그러나 인간은 고통을 은총으로 바꾸는 힘을 갖고 있다.” ―시몬 베유

 

“경계를 넘어설 수 있는 정신의 공간을 만드는 것은 사랑이다. 사랑은 나를 흥분시키고 나를 초월하며 나의 권한을 넘어선다.” ―쥘리아 크리스테바

 

이 책은 여성 철학자 6인을 다룬다. 이 여섯 인물은 어떤 하나의 주제를 끌어내기 위해 선택된 것이 아니며, 그렇다고 각각의 사상을 깊이 있게 다루기에는 아주 얇은 책이다. 이 책은 멋진 인물들의 멋짐을 널리 소문내고 싶은 마음으로 기획되고 쓰였다. 이들 중 누구의 어떤 말, 어떤 태도, 어떤 생각이든, 짧더라도 단단하게 독자의 마음에 남기를 바란다.

 

왜 ‘여성 철학자들’인가?

철학의 역사는 오랫동안 남성들만의 것이었다. 서양 철학은 긴 역사 동안 여성을 배제한 채 ‘보편적 인간’을 이야기해왔다. 남성들의 철학에서 여성은 언제나 타자였다. 그 형상이 괴물이든 천사이든, 타자는 결국 불온하고 이해 불가능한 존재로 대상화되고, 배척되고, 탄압당한다. 여성은 이렇듯 스스로의 존재를 억압하는 언어 속에서 철학적 사유를 시작했다. 그리고 세계를 지배하는 이분법의 틀에 도전하고 경계를 확장하며 새로운 개념을 창조했다. 여성 철학자를 꼽으라고 하면 사람들은 누구를 먼저 떠올릴까? 이 책의 첫 장을 장식한 한나 아렌트는 자신을 철학자로 칭하지 않았다. 한 인터뷰에서 그는 “대단히 남성적인 직업(철학자)을 가졌다”는 인터뷰어의 말에 자신은 스스로를 철학자로 느끼지 않는다고 대답한다. 이미 수많은 학문적 성과를 내고 전 세계에 그의 독자가 있었지만, 아렌트는 철학계가 자신을 일원으로 받아들이지 않았다고 느꼈다는 것이다. 그리고 “언젠가는 여성이 철학자가 되는 일도 전적으로 가능해질 것”이라 말했다. 이 책의 저자는 여성 철학자다. 사유하고 논의하고 공부하고 가르치며 살아간다. 이 과정은 더없이 기쁘고 즐겁다. 하지만 철학이 ‘남성의 언어’, 특히 유럽·영미 백인 남성의 언어라는 분명한 사실을 자각할수록 ‘이 언어가 내 언어가 맞는 것인가’를 고민하지 않을 수 없었다고 저자는 말한다. 서양 철학사의 계보에는 단 한 명의 여성 철학자도 없으며, 20세기에야 등장한 여성들의 이름은 여성주의 이론과 인문·사회·예술의 주변부에서 언급될 뿐이다. 그래서 쓰기로 했다. 괴물을 끌어안고 잠들면서도 치열한 사유와 자기 자신의 욕망을 놓치지 않은 여성 철학자들에 대해.

 

폭력의 시대에 사유로 맞서다, 한나 아렌트

의심의 여지 없이 한나 아렌트는 이미 20세기 철학사에서 빛나는 존재감을 가진 철학자다. 그의 일생의 동력은 ‘사유하는 기쁨’이었다. 그는 일찍부터, 그리고 마지막까지 비판으로서의 사유가 지니는 힘을 신뢰했다. 처음 유대인으로서의 차별을 겪었을 때 그것에 분노하기보다는 그것을 이해하고자 한 어린아이였으며, 나치가 집권한 뒤 망명해 떠돌아야 했을 때에도 비관에 젖기보다는 전 세계로 확산되는 믿을 수 없는 폭력의 현실을 똑바로 보고 해석하고자 했다. 그는 기존의 해석 틀을 벗어나는 사유를 지속하며 점점 독자적 영역으로 나아갔다. 아이히만 재판을 지켜보며 유명한 ‘악의 평범성’ 개념을 주장해 유대인 공동체로부터 비난을 받고 고립되기도 했지만 그의 독실한 사유 여정을 멈추지는 못했다. 그는 사유의 힘으로 그만의 정치철학을 수립했고, 지독한 폭력의 시대에서 인간성을 신뢰하는 데 ‘성공’했다.

 

서발턴의 목소리를 들어라, 가야트리 차크라보르티 스피박

인도 콜카타에서 태어난 그는 벵골어와 영어를 절반쯤씩 모국어로 갖고 있지만 화술로는 국가기관이 인증한 토론 챔피언인, 다소 독특한 배경을 지닌 활동가이자 학자다. 그는 자신의 논문 제목이기도 한 유명한 질문 「서발턴은 말할 수 있는가?」를 통해 목소리를 박탈당한 사람들의 문제를 정면에서 조명했다. 그것이 제국주의든 자본주의든 가부장제든, 온갖 종류의 권위주의는 권위를 갖지 못한, 권위적 주체에 의해 타자가 된 이들의 목소리를 지워낸다. 이들 서발턴(하위주체)을 침묵에 빠트리는 광범위한 인식의 폭력에 공모하지 말 것을 요청하며 스피박은 서발턴 자신이 말하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제3세계’ 문제, 세계 각지의 여성 문제에 실천적으로 개입하고 목소리를 내는 그는 “나를 제3세계 여성이라 부르지 말라”고 외친다.

 

나의 욕망의 편에서 규범에 질문을 던지다, 주디스 버틀러

일찍이 그는 자기 자신이 세상이 말하는 기준과 불화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리고 곧바로 질문했다. 그렇다면 나의 욕망은 틀린 것인가? 나는 나의 욕망을 억누르고 제시된 삶의 기준을 따라야 할까? 스스로 물은 뒤, 그는 그러지 않기로 결정한다. ‘올바른 삶’이라고들 하는 그 규범이 자신의 욕망을 억압한다면 규범과 조건을 바꾸겠다고 말이다. 그는 전 세계에 파문을 던진 책 『젠더 트러블』을 통해 ‘젠더’ 자체를 문젯거리로 제시하고, 기존의 이분법을 가차 없이 허물었다. 그리고 잘못된 통념으로 욕망들을 억압할 것이 아니라 다양한 삶 자체, 욕망 자체를 인정하고 인정받는 것이 중요함을 역설했다. 서로의 인정을 통해 개인의 욕망은 비로소 진정한 의미에서 받아들여질 수 있다. 그리고 이러한 삶이 모일 때에 공동체는 살 만한 곳이 된다. 다른 이의 삶은 나의 삶의 조건이다.

 

죽은 백인 남성의 지식에서 벗어나기, 도나 해러웨이

도나 해러웨이는 과학자이자 철학자, 페미니스트다. 그는 페미니즘 관점에서 영장류를 연구해 독보적 이론가로 자리 잡았다. 나아가 그는 영장류학을 포함한 과학 전반이 남성적 원칙에 기초해 있음을 비판하며 기존의 과학이 토대로 삼은 이분법적 전제 자체를 문제시했다. 그는 백인 유럽 남성들의 전유물과도 같은 ‘객관적 지식’이라는 환상 대신 ‘상황적 지식’ 개념을 제안하고, 모든 상황을 떠나 초월적으로 존재하는 진리의 담지자가 되는 대신 ‘겸손한 목격자’로서 세계를 이해해야 한다고 말한다. 이를 위해 우리는 이미 우리의 머리를 지배하고 있는 이분법의 망령을, 애써 벗어버려야 한다. 그를 위한 길잡이로서 그는 ‘사이보그’를 제시한다. 사이보그는 동물과 기계의 경계, 정상성의 범주 자체를 붕괴시키는 존재다. 그는 사이보그 개념을 통해 여성을 사유하는 새로운 방식을 제시하고 질문하며, 선언한다. “나는 사이보그가 되겠다.”

 

그의 삶은 고의적 어리석음의 연속이었다, 시몬 베유

시몬 베유. 가장 고통 받는 이들과 함께하겠다 결심하고 교단을 떠나 육체노동자의 삶을 살았으며 병중에도 전쟁 포로들과 동일한 식사를 고집하다 서른넷의 나이에 영양실조로 세상을 떠난 그의 삶은, 강렬하다. 인간의 현실은 고통의 연속이다. 생존을 위해 인간은 너무나 쉽게, 얼마든지 비루해질 수 있다. 인간이 처한 이런 조건을 베유는 ‘중력’이라 불렀다. 이 중력 속에서 살아야만 하는 인간이 어떻게 하면 괴물이 되지 않고, 삶의 의미를 매섭게 응시할 수 있을까? 베유는 가장 약한 이들의 고통에 치열하게 공감하며 사유했고, 중력 속에서 은총에 도달할 수 있는 방법을 찾는다. 신학자 도로테 죌레는 그를 “현대의 성자”라 불렀다.

 

경계의 공간에서 세상을 사유하기, 쥘리아 크리스테바

프랑스의 대중지식인이자 세계적으로는 포스트구조주의의 선두에 있는 대학자인 쥘리아 크리스테바. 그는 불가리아 태생으로 프랑스에서 학술 활동을 시작했다. 일찍이 스스로를 어디에 귀속될 수 없는 이방인으로 경험한 그는 일찍부터 자신의 이러한 ‘경계성’을 역량으로서 받아들였다. 그는 텍스트에 완결적 의미를 부여하는 저자와 그것을 받아들이는 독자가 있다는 기존의 인식을 뒤집는 상호텍스트성 이론으로 텍스트의 경계를 허문다. 주체와 대상 또한 결코 깨끗이 나뉠 수 없다. 그는 비체(아브젝시옹)를 통해 주체의 경계에서 출몰하는 전복성이 갖는 힘을 조명한다. 무의식적인 것, 말해지지 않는 것, 경계에서 출몰하는 것들에 창조성의 근원이 있으며 경계성을 무화하고 억압하는 기존의 이분법은 다름에 대한 배척, 혐오, 폭력이 될 수 있다. 경계인으로서 세계를 이해하는 것, 이것이 동일성을 고집하는 딱딱한 자아를 넘어 사랑의 활동으로 나아갈 수 있는 열쇠다.

 

들어가며: 문턱 너머 저편

 

I 한나 아렌트 - 20세기와 더불어 사유하며 폭력의 역사를 해명하다

 

II 가야트리 차크라보르티 스피박 - 타자로 재현되길 거부하며 듣기의 윤리학을 요청하다

 

III 주디스 버틀러 - 삶을 계속 이어나가기 위해서, 욕망을 인정하기

 

IV 도나 J. 해러웨이 - 이분법의 경계를 허물고 세계를 새롭게 이해하기

 

V 시몬 베유 - 고의적 어리석음으로 사유와 삶의 일치를 관철하다

 

VI 쥘리아 크리스테바 - 경계를 넘나들고 초과하는, 사랑의 글쓰기

 

닫는 글: 거울을 깨고 다른 세계로

참고문헌

찾아보기

 

김은주

이화여자대학교 철학과에서 「헤겔에서 인간존재의 자기실현과 노동」으로 석사학위를 받고, 같은 대학 철학과에서 「여성주의와 긍정의 윤리학: 들뢰즈의 행동학을 기반으로」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트랜스포지션』(2011)을 공동 번역했고 『공간에 대한 사회인문학적 이해』(2017)를 공동 저술했다. 「에토스로서의 윤리학과 정동」 「젠더 트러블을 넘어 되기로서의 젠더로」 「들뢰즈의 신체 개념과 브라이도티의 여성 주체」 「시각 기술의 권력과 ‘신체 없는 기관’으로서의 신체 이미지」 「‘여성혐오’ 이후의 여성주의의 주체화 전략: 혐오의 모방과 혼종적 주체성」 등의 논문을 썼다. 가장 큰 관심사는 윤리학이며, 지금은 포스트휴먼의 신체와 젠더의 관계를 공부한다. 대학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여성 철학자들의 책을 읽는 세미나에서 토론하고 배우면서 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