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유예에서 다시 바라봄으로
우연한 사고로 아버지를 잃었다. 이후, 나는 시간에 치여 일들에 치여 가장 가까이에 있는 존재들을 외면하고 저버렸다. 그리고 그 상황이 조금 너그러워졌다고 생각했던 찰나, 엄마와 형에게서 익숙한 냄새를 맡았다. 그동안 겪어왔던 다양한 감정들을 수면위로 끌어 올렸다. 아직 사라지지 않은 아버지의 진한 잔 향이 그들의 곁을 부유하고 있었다. 엄마와 형의 옆에서 조용히 그들이 들이마시고 내쉬는 잔잔한 호흡을 바라보고 싶다. – 작가노트 , 박현성 2017
이 사진집에 실린 사진들은 갑작스런 사고로 아버지를 잃고 난 후 남겨진 가족들 즉, 어머니와 형의 모습을 기록하고 있는 장기 프로젝트
책속으로
당신이라는 익숙함
-빛나는 어둠. 찬란한 부재
최규승 l 시인
(중략)
모든 빛이 빛나는 것은 아니다 어둠도 빛을 낸다 달은 어둠의 빛이다 일식, 비로소 어둠의 빛을 본다 빛 가운데 어둠의 빛 당신은 돌아보지 않았어야 했다 그때 당신은 사라지고 당신의 자리는 텅 비었다 빈자리로 당신은 존재한다 당신은 없지만 당신이 있는 그런 공간 눈을 감아야 마침내 보이는 당신의 모습 오늘 해를 가리고 날아가는 새 한 마리 그림자를 던져 길을 보여준다 텅 빈 자리에서 당신은 없으므로 있는 당신의 자리를 알려준다 한동안 아무것도 없는 방에는 갈 수가 없었다 당신의 고통이 거기 투명하게 남아 있으니
∗
흔들린다 당신의 몸이 잠겼던 자리
당신의 이름이 반짝였던 그곳
매달려 흔들린다 하늘거린다
흔들리는 것은 빈 곳
당신이 있었던 자리
당신이라는 익숙함
당신이라는 부재
당신이라는 찬란
당신이라는 어둠
당신이라는 빛
당신이라는 당신
당신이 없는
곳의 당신
당신인
당신
텅
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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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소개
박현성
박현성은 현재 계원예대 마지막 학년에 재학 중이며 사진작가인 동료 아티스트들과 구경거리 프로젝트’ NEW ARRIVAL’을 통해서 사진집을 출간한바 있다. 최근 사진잡지 VOSTOK 5권에 그의 사진작업이 실렸다.
최규승
최규승은 서울예술대학교 문예창작과를 졸업하고 2000년 <서정시학>신인상을 통해 등단하였다. 시집으로는 ‘무중력 스웨터(2006)’, ‘처럼처럼(2012)’, ‘끝(2017)’ 육필시집 ‘시간도둑(2013)’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