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예지는 가족의 사진, 특히 어린 시절부터 부재한 엄마를 대신하여 엄마 역할을 한 언니의 모습과 10년후 다시 돌아 온 엄마의 모습을 통해서 서로가 끊임없이 불화하면서도 그 간절한 가족이라는 핏줄이 바라고 희구하는 것을 사진으로 보여주고 있다.

Selected Boo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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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10년만에 엄마가 돌아 왔다. 나는 엄마의 공백을 읊조리다가 엄마를 맞이했다. 혼자 놓인 언니가 익숙해진 상태에서 엄마와 언니, 이 둘의 관계를 지켜보게 됐다. 엄마라는 단어로 내게 같은 역할을 했던 사람들. 둘 사이의 여백에는 원망이 섞여 있고 간극에는 묵묵한 애정이 담겨있다. 나는 얼굴과 몸에 남은 궤적을 따라 둘의 간극을 선명하게 만드는 작업을 하고 있다. 이를 통해 치닫는 것이 아닌, 맞춰가는 과정 그 갈래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자 한다. – 작가노트, 황예지 2017

 

이 사진집은 황예지의 가족이야기를 담은 비범한 사진집이다. 황예지는 가족의 사진, 특히 어린 시절부터 부재한 엄마를 대신하여 엄마 역할을 한 언니의 모습과 10년후 다시 돌아 온 엄마의 모습을 통해서 서로가 끊임없이 불화하면서도 그 간절한 가족이라는 핏줄이 바라고 희구하는 것을 사진으로 보여주고 있다. 황예지의 사진에는 여러 가지 내밀한 감정들이 서로 충돌하는 것을 볼 수 있다. 저항과 연민, 나약함과 강함 그리고 화해와 갈등이다. 황예지의 사진을 움직이는 원동력은 저항이며 그 저항을 통해서 황예지는 남다른 이미지를 창조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사진들은 가슴을 뭉클하게 만드는 어떤 처연함을 가지고 있다. 완벽한 장치, 완벽한 구도, 완벽한 연출로서의 사진뿐만 아니라 그 것을 뛰어 넘는 예술로서 근본적인 생명력을 갖게 하는 저항과 처연함, 이것이 황예지의 사진이 아닐까한다. 이 사진집에 수록된 우아한 포트레이트들은 중형 카메라 핫셀블라드로 촬영되었다.

 

책속으로

알지 못하지만 모르지 않는 사람의 가족 이야기

: 황예지의 ‘절기’에 대해 내가 할 수 있는 말들

안은별

 

(중략)

10년 만에 엄마가 집으로 돌아오면서 시작되는 두 번째 파트 속에서 황예지는 렌즈 바깥으로 물러난다. 엄마의 존재는 낯설고 크며, 언니는 전과는 다른 인물처럼 보인다. 하고 싶은 말이 많아졌지만 그럴수록 입술을 떼지 않겠다고 결심한 사람의 눈빛을 하고 있다. 황예지가 사진 속에 들어가 있지 않다고 해서 두 번째 파트에 드러나는 관계가 사진가와 모델 간의 수직적인 관계와 피사체 간의 수평적인 관계의 집합에만 머무르는 것은 아니다. 사진가는 두 사람의 관계를 단순히 관찰하고 기록하는 것이 아니라 ‘세 사람’의 관계를 함께 만들어 나가는 중이다. 엄마의 부재했던 시간을 짐작해야 하고 그 부재가 언니에게 남긴 것을 전부 포착해야 하며, 자신에게 일어난 이 일이 무엇인지도 헤아려야 한다. 사진을 찍어 나가는 그 순간을 놓치지 않는 동시에 10년의 공백을 더듬어 나가야 하며, 무엇보다 이 작업 자체가 갖는 수행성, 즉 이 관계를 작품의 소재로 삼는 것이 그들의 역사 속에 어떤 식으로 기입되는가까지를 감당해 나가야 한다. 가족이란 어느 시점을 계기로 시작되거나 도중에 그만두거나 없었던 일인 행세를 할 수 없는 거의 유일한 관계이며, 사진가는 그 고유함을 알면서도 혹은 알기 때문에 어떤 행위로도 완결되지 않는 절대적으로 불안정한 이야기 속으로 뛰어 든다. 그 과정에서 짐작하고 헤아린다는 동사가 두려움과 조심스러움에서 과감함과 용기 있음으로 형질 전환하는 장면을 목격하며, 관객 역시 감상자로서 그 동사를 흉내내 본다.

(후략)

 

작가소개

황예지

1993년생. 수집과 기록에 집착하는 부모님 밑에서 자란 그녀는 그들의 습관 덕분에 자연스럽게 사진을 시작하게 되었다. 거창한 담론보다는 개인의 역사에 큰 울림을 느낀다. 가족사진과 초상사진을 중점으로 본인의 이야기를 풀어나가고 있다.

 

안은별

전<프레시안>기자. 번역한 책으로는 <세계 문학 속 지구 환경 이야기> 등이, 참여한 책으로 <확장도시 인천>, <중산층 시대의 디자인 1989-1997>등이 있다. 현재 도쿄대학 학제정보부에서 사회학을 공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