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샘플링』은 회화를 공부하는 저자가 작품 제작을 염두에 두고 촬영한 이미지들, 그리고 그 중 일부를 토대로 제작한 드로잉을 한데 엮은 책이다. ‘~의 원형’으로서 기능하는 사진에 주목해, 사진 - 에서도, 혹은 - 으로도 무언가를 해볼 수 있는 여지에 대해 이야기한다.
“ 그 함의는 조금 다를지 모르겠지만, 사진이 도구나 재료로 사용되는 일은 이미 흔하다. 작업에 쓰이는 기억과 실제를 보조하거나, 해제되어 새 형상의 일부가 되는 일 따위가 그렇다 이러한 미디어 간 전환, 결합은 미술 외 분야에서도 ‘레퍼런스와 기성품의 이용’으로 나타난다. 그중 기존 음원의 일부를 추출하고 리터칭해 새로운 곡의 소스로 사용하는 디지털 음악 기법 ‘샘플링’은 시각예술에서 자주 쓰이는 이미지 재가공과 특징을 여럿 공유한다.”
저자는 이러한 지점에 주목해 사진을 활용하는 창작 행위를 ‘이미지 샘플링’이라고 칭한다.
본 책을 디자인한 디자이너 듀오 신신의 과거 작업 『민메이어택: 리-리-캐스트』 책을 스템 파일 삼아 제작된 책이라는 점도 흥미롭다. 기존 판형과 레이아웃을 차용하고 그 위에 새로운 사진과 글을 덮어씌워 인쇄물의 샘플링을 구현했다. (때문에 돈선필 작가의 『민메이어택: 리-리-캐스트』를 가지고 있는 사람이라면 이 책의 재미있는 지점들을 보다 쉽게 발견할 수 있다.)
또한 책의 내용과 형식을 관통하는 개념 ‘샘플링’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해 음악학자 원유선의 논문을 일부 발췌해 실었다. ‘21세기에 접어들면서 기존의 인용 방식에는 다시 한 번 중요한 변화가 도래하였다. 이는 디지털 기술의 대중화에서 촉발된 새로운 창작문화에 기인한다고 볼 수 있다. 컴퓨터와 인터넷의 확산이 기존의 재료를 해체하고 조합해서 새로운 작품을 만드는 경향을 가져 온 것이다. (중략) 이러한 환경을 토대로 ‘기존 재료의 재맥락화(Recontextulization)’는 오늘날 중요한 창작 형태로 간주되고 있다.’
‘고로 『이미지 샘플링』은 다양한 제작자들의 이미지 도매상, 그리고 회화적 코드가 심긴 사진집으로 기능하는 이미지 아카이브다.’
저자 소개
임도현
서울예술고등학교에서 회화를 공부한다. 지엽적이라고 오해받는 것에 일종의 대중성을 이식해 사람들에게 내보이는 일에 대해 고민한다. 또 그러한 공상을 전개해 아름답지만 종종 난해하고 기이한 것들을 만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