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상품명 | 비생산 소설 · 강민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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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매가 | 14,000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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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품간략설명 | 지난가을에는 길에서 당신을 닮은 사람을 보기도 했어요. 체형과 스타일은 비슷한 것 같은데 마스크는 평소에 쓰던 것과 달랐고, 귀에는 회오리 모양의 은색 귀걸이를 하고 있었어요. 당신이 그런 귀걸이를 한 모습을 본 적은 없지만 저를 만나는 동안에만 그 귀걸이를 하지 않은 걸지도 모르니 귀걸이의 모양만으로는 판단할 수 없었어요. 검은색 긴 우산을 활처럼 한쪽 어깨에 걸친 채 걷고 있었는데, 당신이 평소에 우산을 어깨에 걸치고 다니는지, 당신의 우산 색깔이 검은색인지 저는 모르기 때문에 역시 확신할 수 없었어요. 우리는 비가 올 때 만난 적이 없으니까요. 모든 게 불확실했는데, 그 순간 어쩌면 이 불확실함이 제가 가진 당신 인상의 전부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
작가/출판사 | 강민선 · 임시제본소 |
판형(가로/크기비교용) | 100 |
판형(세로/크기비교용) | 170 |
페이지 | 220쪽 |
출판년도 | 2023 |
판형(화면표시용) | 100 x 170mm |
여성 인물들이 서로 만나고 사랑하고 헤어지고 아파하는 이야기를 담은 일곱 개의 에피소드입니다. 이야기마다 다른 시간과 장소와 사람이 나오지만 얇게 겹치는 작은 우연이 존재하기도 합니다. 연결점을 이어가면서 하나의 그림을 그려보고 싶었어요.
각 에피소드의 첫 장에는 예고편 같은 그림을 담았습니다. 이야기에 들어가기 전에 그림을 보면서 내용을 짐작할 수도 있고, 다 읽고 난 뒤 다시 그림을 본다면 또 다른 감상을 느낄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하면서요. 부디 그렇게 봐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차례
episode 1 청계호수 / 12
episode 2 자유시간 / 46
episode 3 거룩한 사랑 / 82
episode 4 다른 그림 찾기 / 114
episode 5 우리가 빛보다 먼저 갈 수 없다면 / 142
episode 6 원하는 미래 / 166
episode 7 어떻게 지내요 / 190
책 속에서
첫 문장:
‘생산적인 일을 좀 해 봐.’
P. 10 어느 깊고 어두운 밤에는 제가 쓰는 글이, 만드는 책이 도무지 생산처럼 느껴지지 않아 허무해질 때도 있습니다. 그 허무함마저도 제게는 생산입니다. 쓰지 않고는 가질 수 없는 것일 테니까요. 이 모든 노력에도 불구하고 마침내는 기억에서 전부 사라진다고 해도, 생산과 소멸의 무수한 반복을 지나 결국에는 아무것도 아닌 것에 이르게 된다고 해도, 그것 역시 제게는, 이 세계에서는 생산이었다고 믿고 싶습니다. -책에 대하여 中
P. 41 한 사람의 혼잣말 같은 두 사람의 대화였다. 혹은 두 사람이 연주하는 하나의 선율. 어째서 나는 희주와 잘 통한다고 느끼는 걸까. 불협을 느낄만한 작은 구석이 어째서 하나도 없다고 생각하는 걸까. 그러면서도 혹시나 희주가 일방적으로 내게 맞춰주고 있는 거라면, 내가 너무 쉽게 약한 모습을 보인 바람에 짧게나마 날 위로해주는 거라면, 하는 생각이 멈추지 않았다. 이런 희주와도 언젠가는 균열이 생기겠지. 툭하면 우는 나를 이상한 애로 여기겠지. 내 전화를 받지 않겠지. 나를 멀리하다가 정말 멀어지겠지. -「청계호수」 中
P. 66 그때는 그런 생각을 하지 못했지만 돌이켜보면 나는 진하와 연애를 한 것 같다. 매일 편지를 쓰고 문자 메시지를 주고받고 통화를 했다. 하굣길에 함께 집까지 걸었고 주말에는 낮부터 만나 영화를 보고 밥을 먹고 차를 마시고 종일 걸었다. 날씨가 화창한 날에는 수업 중에도 진하를 불러내 밖으로 나가는 상상을 멈추지 않았다. 그러다 정말로 자율학습 시간 중에 진하와 몰래 학교를 빠져나와 진하의 손을 잡고 숨이 차게 뛰던 날에는 심장이 터져도 좋을 만큼 행복했다. - 「자유시간」 中
P. 112 국자 하나를 들고 핏대를 세우며 소리 지른 사람은 의연 언니의 엄마였다. 교회에서 모르는 사람이 없는 권사 중의 권사. 엄마는 머리를 숙이며 죄송하단 말을 연거푸 내뱉었다. 그때 더 이상 교회에 나오지 않겠다고 했던 결심은 금세 사그라졌다. 의연 언니를 알고부터였다. 의연 언니를 사랑하게 되고 언니도 나를 사랑하고 있다는 걸 알게 되자 다 견딜 수 있었다. 교회는 우리가 유일하게 환한 빛 속에서 만날 수 있는 곳이었다. - 「거룩한 사랑」 中
P. 137 유지는 재신의 한마디 한마디를 온몸으로 귀담아들었다. 그래서 약간 숨이 쉬어지지 않았다. 크게 당황했지만 그런 티를 내지 않으려고 애썼다. 연모하는 대상을 향한 고백처럼 들렸지만 고백으로 듣지 않으려고 애썼다. 연모라니, 당치도 않을 것이다. 바라는 것과 바라지 않는 것, 믿는 것과 믿지 않는 것이 뒤죽박죽되어 유지의 온몸을 훑고 지나갔다. 단숨에 다가가 한 몸이 되고 싶은 마음과, 있는 힘껏 팔을 뻗어 그만큼의 거리를 두려는 마음이 소리 없이 팽팽하게 다투고 있었다. - 「다른 그림 찾기」 中
P. 163 다만 이것만은 우리 손으로 어떻게 해볼 수 있지 않을까. 마지막에 최대한 좋은 것들을 좋은 상태로 남겨두는 것. 어쩌면 그래서 죽음이 존재하는 것 아닐까. 나는 그렇게 생각해. 그래서 나는 화해하고 싶다. 오해를 풀고 싶고 거리를 좁히고 싶다. 끝내 그럴 수 없더라도 말이야. 좋아하는 것과 영원히 화해하지 못한 채 기억에서 사라지는 게 아닌, 마지막 순간까지 화해하는 사이로 남겨두고 싶다. - 「우리가 빛보다 먼저 갈 수 없다면」 中
P. 188 예인과 함께하는 동안 다음에 만나면 하고 싶은 것들을 일기장에 적어둔 적이 있었다. 기차 타기. 바다 보러 가기. 비건 식당 찾아가기. 극장에서 영화 보기. 별것 아닌 목록이었지만 예인을 더는 만나지 못하게 되었을 때 그 목록 중에 같이 한 게 하나도 없다는 것을 알고 속이 상해서 당장 전화를 걸까, 이것만 같이 하자고 사정해볼까, 진지하게 고민했던 적이 있었다. 왜 미뤘을까. 여성의 날에 꽃 선물하기. 손으로 편지 쓰기. 사랑한다고 말하기. - 「원하는 미래」 中
P. 215-216 여기로부터 아주 멀리 떨어져 있을 새로운 행성에선 당신이 제게 한 번 더 기회를 줘요. 그 행성에선 모든 사람이 모든 사람에게 한 번 더 기회를 줘요. 저는 당신이 보낸 마지막 메시지를 읽은 뒤 망설이지 않고 당신에게 전화를 걸어요. 당신이 전화를 받아요. 우리는 만나요. 저는 당신에게 제 마음을 이야기해요. 그 행성에선 제 마음을 이야기하는 일이 여기처럼 어렵지 않아요. 당신은 가만히 들어요. 그 행성에선 상대의 마음을 듣는 일이 여기처럼 어렵지 않아요. 다음엔 당신이 이야기하고 제가 들어요. - 「어떻게 지내요」 中
저자 소개
강민선
문예창작을 전공하고 비정규직 아르바이트를 전전하다 도서관 사서가 되었다. 그리고 무엇에 홀린 듯 책을 만들기 시작했다. 2017년에 독립출판물 『백쪽』을 시작으로 『아무도 알려주지 않은 도서관 사서 실무』(2018), 『월요일 휴무』(2018), 『시간의 주름』(2018), 『여름특집』(2018), 『가을특집』(2018), 『나의 비정규 노동담』(2019), 『비행기 모드』(2019), 『외로운 재능』(2019), 『우연의 소설』(2020), 『자책왕』(2020), 『겨울특집』(2020), 『극장칸』(2021), 『하는 사람의 관점』(2022) 등을 쓰고 만들었다. 저자로 참여한 책은 『상호대차』(이후진프레스, 2019), 『도서관의 말들』(유유, 2019), 『아득한 밤에』(유어마인드, 2021), 『끈기의 말들』(유유, 2023)이 있다. 지금은 아무도 모르는 곳에서 조용히 좋아하는 일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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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차 입고] 극장칸: 기차와 영화가 만나는 곳 · 강민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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