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하고 자녀의 유무를 떠나 내 가정을 이루고 살기 시작하며 어떤 형태든 가족의 식사를 준비해야 한다는 과업이 추가되었다. 청소, 빨래, 설거지는 귀찮은 집안일로 대표되며 '치운다'는 개념에 가깝다면 가정에서 식사 준비란 메뉴를 구성하는 창의성, 맛과 모양의 완성도가 요구되므로 창작의 영역에 속한다. 가족의 식사를 준비하는 일이 누군가에게는 자기 존재를 재발견하는 즐거운 시간이 되는 한편 또 다른 누군가는 '창작의 고통'과 함께 이걸 왜 내가 해야 하는지 스스로 질문을 던질 수도 있다. (79쪽)
작가/출판사
권효진, 배현정 · 솜프레스
판형(가로/크기비교용)
162
판형(세로/크기비교용)
235
페이지
156쪽
출판년도
2022년
판형(화면표시용)
162 x 235mm
[3차 입고] 꼬리표, 먹고 사는 문제 · 권효진, 배현정
16,000
권효진, 배현정 · 솜프레스
“호랑이는 풀을 뜯지 않는다.” 혹시 이 말을 들어본 적 있나요? 문장 그대로 읽자면 호랑이는 무조건 고기만 먹는다는 꼬리표가 따라붙는 듯합니다. 강한 육식동물이라는 호랑이의 정체성을 시사하는 문장이자 이로써 호랑이에게 붙은 일종의 꼬리표이기도 하니까요. 사실 호랑이가 풀을 뜯을 때도 있다고 해요. 부족한 소화효소를 보충하거나 배탈이 났을 때 진통제 성분을 찾아 먹는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이쯤에서 ‘호랑이는 풀을 뜯지 않는다’고 단정 짓는 꼬리표에 관해 한번 생각해볼 필요가 있겠죠.
"풀만 먹으니까 기운이 없지!” “고기를 먹어야 힘이 나지!” “엄마가 밥 안 해줘?” “끼니를 거르면 몸 상해!”
이번 <꼬리표> 먹고 사는 문제 편을 통해 우리는 먹는 행위에 알게 모르게 붙은 꼬리표를 살짝 잡아당겨 보았습니다. 꼬리표는 다 틀렸으니 무조건 떼야 한다든가 혹은 항상 옳다고 이야기하려는 것이 아닙니다. 호랑이는 풀을 뜯지 않는다고 하나 실제로 호랑이도 풀을 먹을 수 있는 것처럼, 여러분이 ‘먹기’를 새삼 다른 각도에서 살펴보기를 바랐습니다. 먹는 거로 유난을 떨면 어떻고, 또 이른바 해로운 음식 좀 먹으면 어떻습니까. 언제 어디서 무엇을 어떻게 먹든 우리는 그 순간 당신의 모든 감각이 행복하면 좋겠습니다. 이 책의 의미는 거기에 있으니까요, 그것이면 충분합니다. “다들 자기 멋대로 드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