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고 어느 가을, 카페에 앉아 에스프레소잔을 가만히 바라보며 시간의 흔적을 느낀다. 아무리 깨끗하게 씻어도 기어코 세월의 얼룩이 남은 잔들. 카페와 역사를 함께 한 그 잔들에 혹시 사르트르와 시몬 드 보부아르의 입술이 닿았을까? 아니다, 그들은 주로 술잔을 들었다. 알코올 중독자였던 사르트르는 하루에 1리터의 술을 마셨다고 한다. 시몬 드 보부아르도 다를 것 없다. 그들의 좌파 문화 운동과 문학은 와인, 맥주, 위스키, 보드카가 오가는 파티에서 점화됐고, 카페 드 폴로르나 쿠폴 같은 명소에서는 화이트 와인으로 세상을 향한 갈증을 다했으니, 이 두 알코올 중독자 혹은 알코올 애호가의 찬장을 채운 술잔은 그들의 서가를 채운 책만큼이나 매력적이었을 것이다. (29쪽)
작가/출판사
체조스튜디오, 편혜영, 신유진, 정멜멜, 전진우, 권희철 · 체조스튜디오
판형(가로/크기비교용)
210
판형(세로/크기비교용)
280
페이지
112쪽
출판년도
2021
판형(화면표시용)
210 x 280 mm
[3차 입고] 사물함 samulham 6 · 체조스튜디오
18,000
체조스튜디오, 편혜영, 신유진, 정멜멜, 전진우, 권희철 · 체조스튜디오
《사물함》은 집 안에 놓인 익숙한 사물들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매 호마다 하나의 사물을 다각도로 탐구하고, 이를 통해 우리의 삶을 들여다 봅니다. 2021년에 발행한 6호의 주제는 ‘잔’입니다.
목차
1 질문들
2 사물의 자리 I (환대의 습관 - 소설가 편혜영))
3 장면들
4 사물의 자리 II (우리가 잔을 높이 들어 올릴 때 - 번역가 신유진)
5 Aimless Smile (사진가 정멜멜)
6 당신의 사물을 그려주세요
7 역사와 종류
8 Tea Cup In The Pak
9 사물의 부재 (컵이 뭘까요 - 전진우)
10 사물의 자리 III (버지니아 울프의 컵 - 문학평론가 권희철)
저자소개
체조스튜디오
강아름, 이정은으로 구성된 디자인 스튜디오다. 집 안의 사물을 통해
우리 삶을 돌아보는 매거진 《사물함》을 자체 발행하고 작업 전반에
걸쳐 유연한 삶과 자기다움의 가치에 대해 고민한다.
편혜영
2000년부터 소설을 쓰기 시작했다.
『아오이가든』부터 『어쩌면 스무 번』에 이르기까지 여섯 권의 소설집과
다섯 권의 장편소설을 출간했다.
신유진
프랑스에서 연극을 공부했다. 이방인의 기억과 경계인의 언어로
글을 쓰고 옮긴다. 산문집 『열다섯 번의 낮』과 『열다섯 번의 밤』,
『몽카페』를 썼고, 번역서로는 아니 에르노의 『세월』, 『진정한 장소』등이
있으며, 프랑스 산문선 『가만히 걷는다』를 엮고 옮겼다.
전진우
가구를 만든다. 책 읽어 주는 팟캐스트를 들으며 일하다가 손이 멈추는
순간을 좋아한다. 체육학과로 대학을 입학해 문예창작학과로 졸업했다.
권희철
문학평론가. 계간 『문학동네』 편집위원.
한국예술종합학교 서사창작전공 교수.
평론집 『당신의 얼굴이 되어라』(2013)가 있다.
정멜멜
동료들과 함께 서울에서 스튜디오 텍스처 온 텍스처를 운영하고 있다.
다양한 규모의 국내/외 브랜드와 매체, 작가와 디자이너들과 함께
사진 관련 프로젝트들을 진행한다. 공간을 이루고 있는 인물과 사물,
그 자리에 감돌고 있는 분위기나 여백을 포착하는 것에 관심이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