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얀마에 방문해본 사람은 누구나 그곳이 평화의 땅이라는 사실을 부인하지 않을 것이다. 시간이 영원히 멈춘듯 느리게 흘러가는 바간의 평야를 바라보며 영원을 꿈꾸지 않을 수 없다. 그 풍경 속에서 살아가는 미얀마 사람들은 도대체 시간을 어떻게 인지하고 있을까 너무 궁금해진 나머지 저자는 미얀마 달력을 연구하기 시작했다. 그런데 하필 연구하는 와중에 미얀마에서는 군사 쿠데타가 발생해 너무나 많은 시민이 폭력에 희생되었다. 평화의 땅에 드리워진 폭력 앞에서 시민들은 결코 나약하게 물러서지 않았다. 도대체 그 힘은 어디에서 나온 것일까? 운명을 스스로 개척하는 미얀마 사람들의 저력을 미얀마 달력을 통해 알 수 있었다.
미얀마 사람들은 수요일을 오전일과 오후일로 나누어 일주일을 총 8일로 센다. 끊임없이 흘러가는 시간에 리듬을 부여하는 방식은 이렇듯 결코 하나가 아니다. 한 문명이 시간을 어떤 그릇에 담아내는지 살펴보면 그 시간을 살아가는 사람들의 믿음, 바람, 기대가 보인다. 이 책은 미얀마와 동남아시아 국가들의 역사, 종교, 신화 등을 넘나들며 미얀마 8요일의 유래를 밝힌다. 그것은 다시 8요일을 살아가는 사람들의 오늘과 내일에 이른다.
군부가 일으킨 쿠데타로 생명을 잃은 미얀마인의 수는 지금도 늘어나고 있다. 운명처럼 8요일을 따르는 미얀마인들은 동시에 더 나은 미래를 위해 세 손가락을 하늘로 높이 드는 운명의 개척자들이기도 하다. 민주화를 향한 투쟁의 경험이 새겨진 한국 독자들의 시간선과 미얀마 독자들의 시간선이 교차하는 지점이다. 코로나19로 시공간의 연결과 단절을 동시에 경험하게 된 지금, 그럼에도 우리의 삶이 이어져 있음을 이 책을 통해 느낄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