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칭 ‘자책왕’이라 부르는 한 1인 출판업자가 매일 자책하며 쓴 글을 담은 책입니다. 매일 스스로를 책망하면서 꾸준히 스스로 책을 만드는 이야기입니다.
차 례
14 뾰족한 수 | 18 전공 살린 여자 | 22 3년차 대차대조표 | 28 반품 사유 파손 | 34 목마른 계절 | 40 성미산 산책 | 46 가운데 발가락에 점 하나가 | 52 글쓰기에 대한 네 가지 장면 | 62 거절할 수 있는 제안 | 68 나를 스쳐간 예술(1) | 76 나를 스쳐간 예술(2) | 80 글을 쓰려면 해야 하는 것들 | 86 먹고 마신 기억에 관하여 | 96 발행일 블루 | 100 안중에 없다 | 104 악평 | 108 지상 최고로 미안한 일 | 112 뉴욕공립도서관 수서 프로젝트 | 118 아무튼 원피스 | 124 송출하다 | 128 오늘부터 유리는 | 134 내 문제 | 142 책과 숫자들 | 152 그 집에 사는 사람 | 156 최초의 집 | 180 서울역에서 | 190 쓰기의 목적
책속에서
첫 문장 – “지금 시각, 아침 6시를 향해 가고 있다.”
P.20 나에게 다른 전문 분야가 있다면, 의사나 변호사라면, 물리학자나 범죄심리학자라면 할 수 있는 이야기가 훨씬 많았을 텐데. 노래를 부르거나 악기를 다루거나 그림을 그리는 사람이라면 더 많은 것을 보여줄 수 있을텐데. 왜 나는 전공도 글쓰기이고 할 줄 아는 것도 그것밖에 없을까. 이건 마치 소프트웨어가 텅 빈 하드웨어를 끼고 사는 기분이다. -「전공 살린 여자」 中
P.50 다시는 하지 않게 된 것들이 있다. 처음부터 그러지 않았다면 더 좋았겠지만 대가를 치르고 나서야, 무언가를 잃고 나서야 깨닫게 되는 것들이 있다. 누구에게든 관심이라는 이유로 당신이 현재 내 눈에 어떻게 비치고 있으며 이러저러한 것이 잘못되었으니 이러저러하게 고치라는 말을 나는 절대로 하지 않는다. 무방비 상태에서 고치라는 말을 듣길 원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고, 누구도 타인에게 함부로 그런 말을 할 자격이 없다. 하는 사람도 듣는 사람도 결국 불행해질 말이라는 생각에 조심하고 또 조심한다. -「가운데 발가락에 점 하나가」 中
P.80 작가가 꿈이라는 걸 알리자 주변에 “글을 쓰려면 이거는 할 줄 알아야지.” 같은 말을 하는 사람이 생겼다. 글을 쓰는 사람은 만능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았다. 요리도 할 줄 알고, 사람들과 어울려 놀 줄도 알고, 술도 마실 줄 알고, 연애도 잘 해야 하고...... 글 쓰는 사람한테 무슨 억하심정이라도 있는 것처럼 과중한 의무를 부여하기 바빴다. 소심하고 소극적인 나는 소심하고 소극적이니까 글을 쓰지, 하는 생각도 있었다. 할 줄 아는 게 많으면 왜 글을 쓰나...... -「글을 쓰려면 해야 하는 것들」 中
저자소개
강민선
문예창작을 전공하고 비정규직 아르바이트를 전전하다 도서관 사서가 되었다. 2017년부터 독립출판물을 만들었으며 『백 쪽』, 『아무도 알려주지 않은 도서관 사서 실무』, 『월요일 휴무』, 『시간의 주름』, 『1인칭 부재중 시점』, 『여름특집』, 『가을특집』, 『상호대차』, 『나의 비정규 노동담』, 『비행기 모드』, 『도서관의 말들』, 『외로운 재능』, 『우연의 소설』 등을 썼다. 지금은 아무도 모르는 곳에서 매일 자책하며 좋아하는 일을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