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달산길 초입에 있는 제법 큰 하얀 나무 앞에는 늘 사람들이 모여 있다. 나무 근처 벤치에 앉아 희고 큰 나무가 뻗어 올린 가지에 빼곡히 붙어 있는 초록빛의 나뭇잎들이 반짝이는 모습을 보며 한숨 돌리기에 좋다. 튼튼하고 얇은 커튼 같은 여러 겹의 잎사귀 사이로 멀리 주택들이 보인다. 늘 아파트 안에서 밖에 있는 나무와 풀을 풍경으로 봐오다 커다란 나무 뒤편에서 사람들의 삶을 오밀조밀한 풍경으로 보면 낯설게 느껴진다. 편안한 여름 원피스 차림을 한 중년의 여성들이 앉아 담소를 나누는 풍경에서 이 나무가 지붕 없는 정자처럼 느껴진다. 이 하얀 나무 곁에 앉아 있으면 역시 여기까지 걸어오길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12쪽)
작가/출판사
배현정 · 솜프레스
판형(가로/크기비교용)
180
판형(세로/크기비교용)
250
페이지
88쪽
출판년도
2020
판형(화면표시용)
180 x 250mm
[6차 입고] 걸어서 만든 그림 · 배현정
18,000
배현정 · 솜프레스
코로나가 재난이 된 2020년, 도심속 산책로인 동작충효길을 지역주민이자 지역예술가의 시선으로 보고 느낀것들을 기록한 그림에세이입니다. 총26km, 7코스의 산책로를 따라 부지런히 걸으며 많은 위로를 받았어요. 도심 속 산책로를 거니는 많은 사람들의 기억들이 [걸어서 만든 그림]과 더해져 길처럼 이어지고 확장되기를 바랍니다.
코로나로 인해 실내에 다수가 모여 대면활동을 하기 어려워져 전시와 미술 워크샵을 기획했던 계획을 수정했습니다. 대신 친환경 종이에 [걸어서 만든 그림]과 그 별책부록을 인쇄하고 만들어 저마다의 속도로 산책로를 걸으며 자신만의 기록을 완성할 수 있도록 구성했습니다. 더 많은 사람들이 산책을 통해 오래된 것들과 변함없는 자연 속에서 위로받을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