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국립도서관에 관한 알랭 레네의 사색적인 단편 영화 <세상의 모든 기억>(Toute la mémoire du monde, 1956) 마지막 장면 속 내레이션은, 독자가 어떤 책을 선택하여 대출하는 순간 그 책의 가치가 결정적으로 달라진다고 강조한다.
서가의 수많은 책들 가운데 선택된 책은 이제 상상적 경계 너머로 나아간다 / 이 사건은 책의 일생에서 거울을 통과하는 것보다도 중대한 의미를 지닌다 / 그 책은 더는 이전과 같지 않다 / 방금 전까지만 해도 다른 책들과 마찬가지로 보편적이고 추상적이며 중립적인 기억의 일부였던, / … / 그러나 다른 책들을 제치고 선택받은 책은 / 은하계에서 떨어져 나와 독자에게 꼭 필요한 무언가가 된다 / … 책이라는 소우주들은 우리에게 (모든 수수께끼가 풀린 미래를 엿보기 위한) 열쇠를 제공할 것이다 / 독자들이 저마다 선택한, 보편적 기억의 일부를 펼쳐 들고 / (어쩌면 ‘행복’이라는 무척 아름다운 이름을 지닌) 비밀의 조각들을 끝없이 이어 놓을 것이기 때문이다.’ (19쪽)
작가/출판사
아나소피 스프링어, 에티엔 튀르팽 · 만일
판형(가로/크기비교용)
145
판형(세로/크기비교용)
225
페이지
168쪽
출판년도
2021
판형(화면표시용)
145x225mm
[8차 입고] 도서관 환상들 · 아나소피 스프링어, 에티엔 튀르팽
17,000
아나소피 스프링어, 에티엔 튀르팽 · 만일
도서관에 들어선 독자는 질서정연하게 정돈된 분류 체계 안에서 책을 선택한다. 독자 자신도 예측할 수 없는 이 선택은 수많은 연결을 불러일으킨다. 책에서 책으로, 책에서 사람으로, 혹은 도서관 밖으로. 도서 컬렉션이 통제 불가능하다는 특성, 바로 이 점이 도서관이라는 영토를 풍요롭게 만든다. 큐레이토리얼 사고와 실천의 핵심이 선택하고 연결 짓는 행위라고 한다면, 도서관은 무한히 탐험 가능한 큐레이토리얼 영역이다. 이 책은 큐레이토리얼 실천의 무대로서 도서관을 바라본다.
저자 정보
아나소피 스프링어 ANNA-SOPHIE SPRINGER
베를린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큐레이터, 작가, 편집자이자 ‘K. 출판사’(K. Verlag) 대표다. 이미지, 텍스트, 공예품을 유연하게 조합하면서 큐레이토리얼과 편집을 아우르는 예술적 실천을 해 나간다. 주로 아카이브, 전시로서의 책(book-as-exhibition)을 주제로 작업한다. 다양한 대상을 엮어 지리적·물리적·인지적으로 새로운 관계들을 만들어 가고 있다.
* K. 출판사는 2020년, 독일 문화부에서 유망한 독립출판사에 수여하는 ‘독일 출판상’(DeutscherVerlagspreis)을 수상했다.
에티엔 튀르팽 ETIENNE TURPIN
캐나다 출신의 철학자로, 도시 체계, 데이터와 인프라의 정치경제학, 시각 문화, 디자인, 동남아시아 식민사를 연구한다. 미국 MIT, 호주 SMART 연구소, 싱가포르 난양공과대학교 현대미술센터에서 연구원으로 일했고 러시아 스트렐카 연구소, 미국 캘리포니아대학교 버클리 캠퍼스, 미시간대학교, 토론토대학교에서 가르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