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의 집밥에 대한 그리움이란 얼마나 단단하고 평온한 것일지 상상해본다. 식탁이나 저녁상의 자기 자리를, 자기 발언권을, 혹은 자기의 음식에 자리를, 자기 발언권을, 혹은 자기의 음식에 대한 권리를 기각당하거나 미리 양보해야 한다는 염려를 조금도 하지 않고, 모자란 반찬이 있거나 군가 음식을 흘렸을 때에 식사하다 말고 일어나야 한다는 지각이 전혀 없이, 아무 말이나 해도 혹은 아무 질문에도 대답하지 않아도 되고 그저 음식에 집중할 수 있는 자가 누릴 온전한 감각. 그런 상태에서 누릴 맛과 냄새 그리고 위장이 채워지는 행복감. 그는 자기 바로 옆에 앉은 누이와는 딴판으로 다른 식사를 매일 했는지도 모르는 일이다. 세상의 아들들이 제 손으로 마늘 한 번 까보지 않고 집밥 집밥 노래를 부르는 데엔 이유가 있다. 상상력을 동원하니 어렴풋이나마 이해가 된다. (34쪽)
작가/출판사
허새로미 · 봄알람
판형(가로/크기비교용)
120
판형(세로/크기비교용)
190
페이지
208쪽
출판년도
2021
판형(화면표시용)
120 x 190mm
[8차 입고] 죽으려고 살기를 그만두었다 · 허새로미
13,000
허새로미 · 봄알람
삶의 돌파구를 찾아가는 여성들의 이야기를 펴낼 저희 에세이 시리즈 ‘출구 총서’의 첫 번째 책입니다. 오랜 시간 가정에서 인간으로서 존중받지 못한 딸이 가족과 단절한 뒤 비로소 삶을 찾아가는 이야기로, 일상의 차별을 몸소 느끼고 가족과의 불화를 겪는 각종 연령대의 여성들이 폭넓게 공감할 수 있으리라 기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