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뼘의 햇빛 안에 옳고 그름의 문제는 없다. 모든 것이 맞을 수도 또 틀릴 수도 있는 네모난 공간. 그 안에 웅크려 누워 남에게 난 얼마나 작은 존재인지 생각한다. 쏟아지는 의미에 눌려 제대로 볼 수 없었던 짐작의 시작. 긴 혼잣말 속에 숨어있던 오해와 착각은 누구의 편도 들지 않는다. 침묵하고 또 동조한다. 껍질을 벗겨낸 알맹이는 바닥을 튕기고 천장까지 올라가더니 곧이어 다시 바닥으로 떨어진다. 추락의 순간은 찰나다. (133쪽)
작가/출판사
임희선 · 쿠쿠루쿠쿠
판형(가로/크기비교용)
127
판형(세로/크기비교용)
195
페이지
176쪽
출판년도
2021
판형(화면표시용)
127 x 195mm
[8차 입고] 포개진 계절 · 임희선
18,000
임희선 · 쿠쿠루쿠쿠
1년 동안 주변의 초록 풍경을 사진으로 담았다. 초록의 이미지를 담으며 계속해서 떠올린 것은 죽음이었다. 반짝이며 빛나는 것들 안에 기쁨이 있다면 그 뒷면에는 언제나 동일한 질량의 슬픔도 있다. 길을 걷다가 만난 초록 풍경도 마찬가지였다. 푸릇함이 주는 생명력을 보면 어쩔 수 없이 죽음이 떠올랐다. 생명이 있는 곳엔 죽음이 있고, 진실이 있는 곳엔 거짓이 있고, 순간이 있는 곳엔 영원이 있다. 서로 반대되는 것들 사이에는 도무지 떼어놓을 수 없는 단단한 연결이 있다. 우리가 보지 못하는 이면에는 또 다른 세계가 펼쳐진다. 서로가 없으면 그 무엇도 존재하지 않는 세계. 『포개진 계절』은 초록의 뒷면에 관한 책이다. 초록 뒤에 켜켜이 쌓인 수많은 계절과 죽음, 사라짐에 관한 이야기. 결국 이 모든 건 조화(harmony)에 관한 이야기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