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폐쇄도시였던 러시아의 고향을 순례하며 복원한 유년 시절의 내밀한 에피소드를 함께 엮은 필름 사진집
서평
붙잡고 싶은 기억과 발화되지 못한 이야기는 마지막일지도 모를 계절에 이르러서야 마침내 필름 사진이 되었다. 한때 폐쇄도시였던 러시아 노보우랄스크는 여전히 출입이 제한적이다. 몇 년만에 고향을 찾은 로만 페르미코프는 이 도시에서 나고 자랐음에도 불구하고 오랜 부재로 인해 출입증 갱신이 어렵다는 소식을 듣는다. 마지막 방문이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엄습하자 그는 필름 카메라를 들고 뜻밖의 순례의 길에 오른다. 어쩌면 다시는 돌아오지 못할 유년의 도시에서 그는 핫셀블라드의 깊고 투명한 뷰파인더를 통해 소년의 기억을 들여다본다. 한겨울의 대지 위에 뻗은 세 갈래의 순례 길에서 복원한 기억과 감정의 무늬는 다시 종이 위에 하얗게 펼쳐진다.
추천사
유년의 어떤 기억은 성인이 다 되어서도 잊히지 않고 삶을 지배한다. 골짜기 같은 작은 골목길에서 불어오던 바람 냄새, 담벼락을 아직 넘지 못한 무화과 나뭇잎보다도 풋풋했던 사랑은 삶의 어느 순간마다 우리의 삶을 속삭인다. 나고 자랐던 동네가 사라져도 그 사람이 내 곁에 없어도 계절은 똑같이 찾아온다. 어쩌면 완벽하리만치 무한히 순환하는 계절 때문에 우리는 더 고독해진다. 바로 지금 그때의 바람이 분다. 바람의 온도를 단서 삼아 마음은 열심히 기억을 복원해 낸다. 아직 퇴화되지 마음속 이야기들은 또 다른 바람의 싹을 틔운다. 우리는 다시 만날 수 있을까. 우리는 차마 발화되지 못한 말들을 품고 살아간다. 정작 말이 되지 못한 단어들은 때때로 필름에 현상되어 계절에서 계절에게 부쳐진다. 여름에서 겨울에게, 서로가 서로에게 말이다. _정진욱 〈ESSAI〉 매거진 편집장
저자 소개
로만 페르미코프
최근작: <겨울에게>
SNS: instagram.com/abstrkn
8년째 한국에서 거주하며 회사 생활과 사진 작업을 병행하고 있다. 그의 피사체는 일상의 물건들이 구성하는 패턴이다. 오래된 아파트 단지, 알록달록한 화분과 대비를 이루는 도로처럼 사람들이 살면서 짜 나가는 무늬를 카메라에 담는다. 그는 ‘길가에 세워진 자동차의 주인, 먼지가 묻은 베란다에 안 쓰는 물건을 보관하는 이는 어떤 삶을 살고 있을까’라는 질문에 답을 찾아내려고 한다.
작가/출판사
로만 페르미코프 · 스튜디오 에세이
판형(가로/크기비교용)
185
판형(세로/크기비교용)
260
페이지
64쪽
출판년도
2019
판형(화면표시용)
185 x 260 mm
[3차 입고] 겨울에게 · 로만 페르미코프
17,000
로만 페르미코프 · 스튜디오 에세이
책소개
한때 폐쇄도시였던 러시아의 고향을 순례하며 복원한 유년 시절의 내밀한 에피소드를 함께 엮은 필름 사진집
서평
붙잡고 싶은 기억과 발화되지 못한 이야기는 마지막일지도 모를 계절에 이르러서야 마침내 필름 사진이 되었다. 한때 폐쇄도시였던 러시아 노보우랄스크는 여전히 출입이 제한적이다. 몇 년만에 고향을 찾은 로만 페르미코프는 이 도시에서 나고 자랐음에도 불구하고 오랜 부재로 인해 출입증 갱신이 어렵다는 소식을 듣는다. 마지막 방문이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엄습하자 그는 필름 카메라를 들고 뜻밖의 순례의 길에 오른다. 어쩌면 다시는 돌아오지 못할 유년의 도시에서 그는 핫셀블라드의 깊고 투명한 뷰파인더를 통해 소년의 기억을 들여다본다. 한겨울의 대지 위에 뻗은 세 갈래의 순례 길에서 복원한 기억과 감정의 무늬는 다시 종이 위에 하얗게 펼쳐진다.
추천사
유년의 어떤 기억은 성인이 다 되어서도 잊히지 않고 삶을 지배한다. 골짜기 같은 작은 골목길에서 불어오던 바람 냄새, 담벼락을 아직 넘지 못한 무화과 나뭇잎보다도 풋풋했던 사랑은 삶의 어느 순간마다 우리의 삶을 속삭인다. 나고 자랐던 동네가 사라져도 그 사람이 내 곁에 없어도 계절은 똑같이 찾아온다. 어쩌면 완벽하리만치 무한히 순환하는 계절 때문에 우리는 더 고독해진다. 바로 지금 그때의 바람이 분다. 바람의 온도를 단서 삼아 마음은 열심히 기억을 복원해 낸다. 아직 퇴화되지 마음속 이야기들은 또 다른 바람의 싹을 틔운다. 우리는 다시 만날 수 있을까. 우리는 차마 발화되지 못한 말들을 품고 살아간다. 정작 말이 되지 못한 단어들은 때때로 필름에 현상되어 계절에서 계절에게 부쳐진다. 여름에서 겨울에게, 서로가 서로에게 말이다. _정진욱 〈ESSAI〉 매거진 편집장
저자 소개
로만 페르미코프
최근작: <겨울에게>
SNS: instagram.com/abstrkn
8년째 한국에서 거주하며 회사 생활과 사진 작업을 병행하고 있다. 그의 피사체는 일상의 물건들이 구성하는 패턴이다. 오래된 아파트 단지, 알록달록한 화분과 대비를 이루는 도로처럼 사람들이 살면서 짜 나가는 무늬를 카메라에 담는다. 그는 ‘길가에 세워진 자동차의 주인, 먼지가 묻은 베란다에 안 쓰는 물건을 보관하는 이는 어떤 삶을 살고 있을까’라는 질문에 답을 찾아내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