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갈피 ‘책장’은 책을 옮기는 행위와 책의 배열을 담은 글로 시작된다. 중심을 향해 파고드는 글자는 벽면이 되고 공간을 만든다. 그 공간 속에서 책들의 책등은 계속해서 이어지며 경계를 허문다. 구멍을 통해 반대 면으로 넘어가면 찰스 라이엘이 쓴 『지질학의 원리』(Principles of geology)에서 수집하고 변형한 그림이 있다. 구불구불한 모양의 선과 면의 조각은 이제 언제든 새로운 텍스트를 만날 가능성 가진다. 갈라지고 합쳐지며 공간적으로 뒤얽혀 있는 단면의 흐름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책장과도 닮았다. 퇴적되며 생긴 땅의 무늬와 분류체계에 따라 정리된 책들. 책장 속 책들이 자리를 옮기며 저마다 새로운 연결을 만들 듯 책갈피 「책장」의 텍스트와 이미지가 책장 속 서사에도 잠입하기를 바란다. 책장이 ‘책을 이루고 있는 낱낱의 장’과 ‘책을 넣어 두는 장’을 포함하듯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