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주방이 달린 숙소를 예약했습니다. 늦여름 새벽 시차로 일찍 눈이 떠져 커튼을 여니 창으로 붉은 빛이 방 안 깊이 들어옵니다. 한참 바라보다 짐 가방에 챙겨온 작은 저울과 나무 주걱, 천으로 감 싼 빈 유리병 몇 개를 꺼내 정리합니다. 이번 여행의 작은 목적이었습니다. 그리웠던 납작 복숭아와 잼으로 만들고 싶은 과일을 고릅니다. 스톡홀름에서는 자두 잼을 탈린에서는 궁금했던 채소 루바브에 딸기를 넣고 여행 잼을 만들었습니다. 미리 준비해 간 유리병에 담아 여행 내내 소중히 챙겼습니다. 여행에서 돌아와 노릇하게 구운 빵에 넉넉히 잼을 바릅니다. 어쩌면 궁금했던 맛이 아니라 그 시간과 공기를 고스란히 담아 오고 싶은 마음일지도 모르겠습니다. (18쪽)
작가/출판사
방지연 | Osanpo books
판형(가로/크기비교용)
184
판형(세로/크기비교용)
128
페이지
32쪽
출판년도
2021
판형(화면표시용)
184 x 128mm
[6차 입고] 오산보 osanpo 11호 Round trip / Fika · 방지연
4,000
방지연 | Osanpo books
osanpo 11호 Round trip · Fika
피카는 스웨덴어로 커피 브레이크, 티 타임으로 바쁘게 돌아가는 일상에 차 한 잔의 여유를 뜻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