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규와 시안의 우승꽝스럽기 짝이 없는 소리가 쉴 새 없이 들렸다. 우리들의 소리가 고요를 가득 메우고 있었다.
어느새 이곳에 온 목적을 모두 잊은 듯했다. 달은 까맣게 잊고 우리는 그저 소란하기만 했다. 소란함 속에서 어떤 소리는 집중하지 않으면 사라지고 말았다. 그렇게 나무와 새와 물이 사라졌다. 백사실을 가득 메우고 있던 소리가 한순간에 사라지고 정적이 흘렀다.
(7쪽)
작가/출판사
오지 · 유어마인드
판형(가로/크기비교용)
95
판형(세로/크기비교용)
160
페이지
12쪽
출판년도
2021
판형(화면표시용)
95 x 160mm
월암으로 향하는 건 중력에 이끌리듯 필연적인 일이라고 느꼈던 밤에 · 오지
5,000
오지 · 유어마인드
“보이지 않는 세계에 보이지 않는 얼굴들이 존재했다. 우리의 영혼은 서로의 영혼을 알아볼 수
있었다. 모든 것이 사라진 곳에서도 마음이 존재했다.”
(『월암으로 향하는 건 중력에 이끌리듯 필연적인 일이라고 느꼈던 밤에』 중)
“밤에”는 일몰 뒤 일출 이전의 시간 사이에 일어나는 것들을 모은 총서입니다. 읽다 잠들면 기분 좋은 단잠을 자게될 글을 10명의 작가들이 적었습니다. 푹신한 밤, 아득한 밤, 외로운 밤, 무수한 밤, 늙는 밤, 감당하는 밤, 타인의 밤, 필연적인 밤, 기다리는 밤, 그리운 밤들이 모여 누군가의 긴 밤을 채우길 바라면서요. 밤 잠을 설치며 보는 화면 대신 읽을 수 있는 수첩만한 크기의 책입니다.
오지 · 1995년 서울에서 태어났다. 출판사 6 8의 대표이다. 자매 오세라와 함께 결성한 집합체 6 8은 그
언젠가 혁명 세대가 외쳤던 가치들을 활동 정신으로 삼는다. 사진, 미술, 문학, 음악 등 모든
장르를 아우르는 작업과 활동을 추구한다. 비건 지향 타투이스트이다. 샤머니즘과 명리학을
기반으로 타투 작업을 한다. 모든 표식은 누군가를 위로하고 애도한다. 결코 사라지지 않는
마음을 새긴다. 지은 책으로 『대정전의 밤』이 있다.